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양석용 판사는 “국정원이 유씨의 여동생 유가려에 대한 변호인 접견과 서신 전달을 국정원이 불허한 것은 위법하므로 취소하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9일 밝혔다. 유가려씨의 변호인이 지난해 2월 변호인 접견 불허에 반발해 준항고 신청을 낸 지 1년여 만이다. 유가려씨가 국정원에서 한 진술은 오빠 유씨의 간첩 혐의를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로 활용됐다. 국정원은 2012년 10월 30일 입국한 유가려씨를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수용해 조사했으며, 당시 진술을 근거로 지난해 1월 오빠 유씨를 구속했다. 변호인 측은 같은 해 4월 유씨의 공판준비기일 때 법원에 구금 상태인 유가려씨를 풀어날라는 청구를 냈으며,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유가려씨는 신문센터에서 나온 뒤 “국정원에서 고문·협박을 받아 오빠가 간첩이라고 허위 진술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유씨를 심리한 1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 “유가려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오빠 유씨의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여기에 더해 양 판사는 “유가려씨는 실질적으로 피의자 지위로 조사를 받았다”며 “장기간의 수용 및 조사 과정에서 느낀 심리적 불안과 중압감 속에 계속 조사에 응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법적으로 보장된 접견교통권이 침해됐다는 취지다.
한편 검찰은 국정원 대공수사팀이 중국 국적의 협조자 김모(61)씨가 구해 온 싼허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소) 공문서 위조를 지시했거나,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씨가 배후로 지목한 국정원 직원, 일명 ‘김 사장’ 외에 대공수사팀이 위조증거 입수에 조직적으로 관여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이미 김 사장 등 일부 대공수사팀 직원을 불러 조사했으며, 다른 직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 일정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이번 사건이 형사사법 제도의 신뢰와 관련된 문제라는 엄중한 인식을 가지고, 국민적 의혹이 한 점 남지 않도록 신속하게 법과 원칙대로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나성원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