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사건 증거조작 파문] 檢, 국정원 대공수사팀 전체 겨냥해 불법여부 따진다

[간첩사건 증거조작 파문] 檢, 국정원 대공수사팀 전체 겨냥해 불법여부 따진다

기사승인 2014-03-09 18:54:01
[쿠키 사회] 검찰이 ‘간첩사건 증거위조 의혹’에 관여한 국가정보원 대공수사팀 직원 전체를 겨냥하고 있다. 간첩 혐의자들에 대한 1차 수사를 담당하는 대공수사팀의 조사 관행에 대해 불법 여부를 따지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에 따라 피고인 유우성(34)씨의 항소심 재판의 공소 유지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공수사팀 ‘윗선’까지 수사 대상=검찰은 국정원 협조자 김모(61)씨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이미 김씨에게 문서 입수를 요청한 국정원 직원 김모씨의 신원을 특정했다. 직원 김씨는 ‘김 사장’이란 별칭으로 불렸으며, 대공수사팀에서 상당 기간 근무한 베테랑 요원이라고 한다. 피고인 유우성(34)씨 사건 역시 첩보 단계부터 관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위조 의혹이 짙어진 싼허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소) 공문서 입수 과정에 중국 현지의 ‘블랙’(신분을 감추고 활동하는 직원) 요원 차원이 아니라 국정원 본부 직원이 직접 개입했다는 뜻이 된다.

검찰은 김 사장을 최근 참고인으로 1~2차례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장은 국정원 공식 입장과 마찬가지로 “문서가 위조됐다면, 우리 역시 협조자 김씨에게 속은 것”이라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와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대공수사팀 다른 직원들도 수사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특히 국정원 내 김 사장의 ‘윗선’도 문서 위조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씨가 국정원으로부터 급여를 받고 활동해 온 외부 협조자인데다, 문서 위조 대가로 거액을 받은 정황도 나왔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 5일 자살을 기도하기 전 유서에 ‘2개월 봉급 300×2=600만원, 가짜서류 제작비 1000만원’이란 글을 적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들어가야 할 사안이라 김씨와의 ‘거래’와 관련한 상부의 승인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정원은 “여기서 언급한 1000만원은 김씨가 지난달에 구해온 문서로 위조 논란이 된 것과 별개의 건”이라면서도, 싼허변방검사참 문서 비용(700만원 추정)은 이미 지급했다고 인정했다.

국정원이 문서 위조가 김씨 선에서 전적으로 이뤄졌다는 입장을 고수할 경우, 추가 자료 확보를 위한 대공수사팀 압수수색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아직 압수수색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앞질러 가지 마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유씨 공소 유지 ‘진퇴양난’=검찰이 국정원 대공수사팀의 증거 입수 과정 전반을 수사하면서 피고인 유씨의 간첩 혐의에 대한 공소를 유지하는 것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더군다나 유씨를 간첩 혐의로 기소하는 데 핵심 참고인 역할을 했던 여동생 유가려씨에 대해 국정원이 변호인 접견을 막은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결정도 나왔다.

검찰로서는 1심 재판 때 “유가려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가 나온 상황에서 수사 단계에서의 절차적 위법성까지 지적되면서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유씨의 항소심 재판부는 이미 지난달 28일 공판에서 “3월 28일 재판을 마무리하고, 그 다음 기일에 선고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검찰은 일단 증거 위조 수사 경과를 지켜보되 유씨의 다른 혐의(여권법,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법 위반)에 대해서는 계속 공소 유지를 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문동성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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