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환자가 파리 잡아먹으며 버텼다

당뇨 환자가 파리 잡아먹으며 버텼다

기사승인 2014-03-10 10:22:04
[쿠키 지구촌] 호주를 여행하던 20대 독일 청년이 17일 동안 오지에 고립돼 지내다가 극적으로 구출됐다. 평소 몸이 허약한 데다 당뇨병까지 앓고 있던 이 청년은 현지에서 파리 등을 잡아먹으며 연명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독일 청년 다니엘 두지스(26·사진)는 지난달 17일 호주 관광명소인 거대 바위 ‘울룰루(Uluru)’로 트레킹을 하던 중 북서부 퀸즐랜드 부근에서 갑자기 홍수가 발생하는 바람에 발길이 묶였다. 수영을 못하는 두지스는 불어나는 강물로 인해 속수무책으로 작은 섬에 갇혔다. 그러다 고립 17일째인 이달 6일 우연히 현장을 지나던 운전자에게 발견돼 구조됐다.

두지스가 고립될 당시 그의 배낭엔 약간의 구운 콩 통조림과 시리얼이 전부였다. 음식이 금방 동이 나자 그는 파리 등 곤충을 잡아먹으며 목숨을 이어갔다. 곤충에 함유된 단백질 등으로 영양분을 공급한 것이다. 이 사건을 맡은 마크 핸더슨 경위는 “이 지역은 완전히 고립돼 음식을 공급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두지스가 아닌 다른 사람이 이런 상황에 처했더라면 살아남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지스의 긍정적인 자세도 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두지스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긍정적인 사고방식 덕분에 생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핸더슨 경위는 “두지스는 구조가 안 됐다면 얼마나 더 생존할 수 있을지 모를 정도로 몸이 수척한 상태였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쾌활함을 잃지 않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가족도 두지스가 실종됐다는 호주 경찰의 통보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 사는 아이”라면서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전했다.

최근 수년간 노숙생활을 했던 경험도 어려운 환경을 견뎌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그는 동남아 지역에서 트레킹을 해오다 약 6개월 전 호주에 왔다. 근근이 허드렛일을 해가며 돈을 벌었지만 매번 제대로 된 곳에서 숙박을 할 형편이 못됐다. 당시 겪었던 고생이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이 된 것이다.

그는 트레킹의 묘미에 대해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과 마주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한밤중에 캥거루를 마주쳤던 일과 자신을 캥거루로 착각한 농부의 총격에 맞을 뻔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두지스는 몸이 회복되는 대로 4000㎞에 달하는 ‘울룰루행 트레킹’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다만 경찰에는 “앞으로 주요 도로만 걷고 오지로는 건너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조현우 기자
sotong203@kmib.co.kr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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