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씨는 2008년 3월 충남 서산의 한 골프장에 입회금 1억7000만원을 내고 회원으로 가입했다. 입회금을 5년간 예치하고 탈회할 때 원금만 반환받는 조건이었다. 김씨는 지난해 6월 ‘탈회할 테니 입회금을 돌려 달라’고 했으나 업체는 돈을 주지 않았다. 업체 측은 “한꺼번에 여러 반환 요청이 몰려 입회금을 줄 수 없다”며 “이는 약관상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 사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2부(부장판사 홍이표)는 김씨가 골프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김씨에게 입회금을 전액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업체의 경영상태가 안 좋은 것은 업체 측 책임”이라며 “반환 요청이 몰린 것을 천재지변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골프장이 입회금을 주지 않으려고 부리는 꼼수는 이뿐만이 아니다. 충북 청원의 한 골프장 업체는 입회금 예치 기간을 입회일이 아닌 골프장 등록일로부터 5년으로 봐야 한다며 입회금 반환을 미루다 소송에서 졌다. 경기 여주시 소재 골프장은 입회금 반환 기간을 ‘반환 요청 후 3년 이내’로 고쳤지만 법원은 “회원들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며 수정 약관을 무효라고 판단했다.
골프장 측이 입회금 반환을 꺼리는 것은 불경기 탓에 골프장 경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지난해 11월 국내 회원제 골프장의 절반 가량이 자본잠식 상태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관련 소송이 늘어나면서 최근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이 자리한 서초동 ‘법조타운’에선 ‘입회금 반환 전문 변호사’라는 광고 간판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