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룰 전쟁사'… 겉 다르고 속 다른 정치적 계산의 결정체

'경선룰 전쟁사'… 겉 다르고 속 다른 정치적 계산의 결정체

기사승인 2014-03-13 22:32:00
[쿠키 정치]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후보와 계파 간에 치열한 경선 룰 전쟁을 치른다. 이달 말 창당하는 통합신당은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룰 전쟁이 예상된다. 여야는 국민들에게 신선하게 보이기 위해 새로운 룰을 발표하고 포장하지만 결국 따져보면 고도로 복잡한 정치적 계산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다. 알고 보면 겉 다르고 속 다른 게 경선 룰이다.

가장 기본적인 룰은 당원과 일반국민을 5대 5로 참여시켜 후보를 선출하는 국민참여경선제다. 당초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국민여론 50%+당원 50%’ 형태로 광역단체장을 뽑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과 통합신당을 창당하게 되면서 공론조사식 배심원제가 거론되고 있다. 일정 규모의 배심원단이 TV토론을 본 뒤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다. 정치 신인이나 후발 주자가 당심과 조직력에서 앞서는 후보를 상대할 때 유리하다. 그러나 당원을 배제시킨다는 점에서 논란이 된다.

공론조사식 배심원제는 2010년 김진표·유시민 경기도지사 단일화 경선과 2011년 박원순·박영선 서울시장 단일화 경선 때 도입됐고, 2012년 안철수·문재인 대선후보 단일화 논의 때도 등장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13일 “조직력이 약한 후보가 여론의 바람을 타고 이기기에 딱 좋은 룰”이라고 말했다.

201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룰은 계파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최악의 룰 가운데 하나다. 기본은 ‘당원 50%+국민 50%’였지만 모바일투표 허용 및 결선투표 도입했다. 친노계가 이득을 본 모바일투표는 이후 당 경선 룰에서 아예 사라졌고, 결선투표를 주장한 후보들은 체면만 구겼다.

새누리당의 경우 대통령 후보와 광역단체장 후보를 결정할 때 ‘2:3:3:2’ 국민참여경선제를 쓴다. 대의원 20%+일반당원 30%+일반국민 선거인단 30%의 투표에다 자동응답시스템(ARS) 여론조사 20%를 반영한다. 이 룰은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룰 전쟁이후 바뀌지 않았다. 당시 룰 전쟁으로 친이(친이명박)와 친박(친박근혜)이 입은 상처가 컸기 때문에 누구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다.

새누리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광역의회·기초의회 공천자를 ‘책임당원 50%+일반국민 50%’로 선출하는 상향식 공천제를 새로 도입했다. 국회의원이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했던 기초의회 등의 공천권을 국민과 당원에게 돌려준다는 의미가 있으나 현역이나 지역 유지들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 새누리당은 광역단체장 선거 룰을 확정했어도 몸살을 앓고 있다. 당 지도부가 예외적으로 제주도지사 후보를 100% 여론조사로 선출하기로 결정하자 조직력이 앞서는 우근민 현 제주도지사는 탈당을 고민하고 있다. 여론조사를 주장한 원희룡 전 의원은 오는 16일 출마를 선언하기로 했다.

여야가 도입을 검토 중인 개방형 국민참여경선(오픈프라이머리)이 실현되면 필요한 룰 전쟁이 없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나 국내 정치현실을 감안하면 이르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일반 국민이 후보를 선출한다는 점에서 가장 민주적인 명분을 가졌지만 현역 정치인이나 유명인에게 유리하고, 조직 동원에 의해 표심이 왜곡될 수 있다. 동원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광역단체장 이상 단위선거에서 적용해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엄기영 김동우 기자 eo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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