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이미 금융위기 전조를 보이고 있다. 17일 국제금융센터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달러화 대비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올들어 지난 14일 현재 11.3%, 우크라이나 히르비니아화는 18.9%의 추락했다. 러시아 주가지수도 같은 기간 26.4%나 떨어져 다른 신흥국에 비해 낙폭이 두배 이상 된다.
우크라이나·러시아의 경제 불안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자금 유출, 중국 경제성장 둔화 가능성으로 위기감이 커진 신흥국 경제에 엎친데덮친격이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신흥국에서의 자금 이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에너지와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신흥국 경제도 이번 사태에 취약하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6위의 밀 수출국이며 옥수수 수출량도 세계 3위다.
유럽 역시 천연가스 수입량의 33%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절반이 우크라이나를 경유한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보복이 현실화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는 국제 에너지와 곡물 가격의 급등세를 야기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크림반도의 긴장 국면이 3개월간 계속되고 원자재 불안심리가 확산하면 투자·내수·수출 부진으로 한국 경제성장률이 전년보다 0.23% 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산했다.
서방과 러시아 양측의 정면충돌이 가져올 파국이 세계경제에 치명적인 만큼 극적인 화해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국제금융센터 안남기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러시아는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악화될 경우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타협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 연구위원은 러시아와 서방간 협상 장기화가 예상되는 만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악재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수시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