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보호소 안의 고양이들을 맹견들이 처참하게 죽인 사건이 발생했다. 보호소 주인과 동물보호단체는 의도적으로 맹견을 푼 것이라고 주장하며 강력한 처벌을 호소하고 있다.
18일 동물사랑실천협회(동사실)에 따르면 지난 11일 밤 충북 영동의 개인이 운영하는 한 고양이 보호소에서 고양이들이 맹견 2마리에 의해 물어 뜯겨 죽었다.
주인이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막사로 갔을 때 개 2마리는 이미 여러 마리의 고양이를 해친 상태였다. 사납게 날뛰며 고양이들을 닥치는 대로 공격하고 있던 개들은 투견용으로 주로 쓰이는 ‘핏불테리어’였다.
보호소 막사 안의 광경은 끔찍했다.
고양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천장에 매달려 있었고 미처 피하지 못한 고양이들은 심하게 다쳤다. 고양이털과 사체, 피가 낭자했다.
주인이 무서워서 접근할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순간 인근에 세워져 있던 트럭에서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다급하게 달려와 개를 꺼내가려고 했다.
주인은 거칠게 항의했지만 남자는 개가 실수로 들어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주인은 개 주인의 트럭에서 다른 핏불테리어들이 좁은 우리 안에 갇혀 있는 것을 봤다.
동사실은 공격당한 고양이들 중 4마리는 즉사했고 다친 5마리가 얼마 지나지 않아 추가로 죽었다고 밝혔다.
당시 보호소 안에는 150여 마리의 고양이가 있었기 때문에 주인은 현재까지도 다친 고양이의 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동사실 박소연 대표는 “보호소 문은 사람만이 열 수 있는 구조였다”며 “공격이 일어날 당시 남자가 문이 닫힌 보호소 밖에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동네 주민도 있다. 개가 스스로 문을 열고 들어가서 닫기까지 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발뺌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인은 “확인해보니 개 주인이 사는 동네와 보호소는 약 2.5㎞ 떨어져 있다”며 “다른 종도 아닌 투견용으로 쓰이는 맹견이 여기를 우연히 오게 됐다는 주장은 믿을 수가 없다. 투견을 훈련시키기 위해 일부러 온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수의사가 당시의 공포로 인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가 엄청 나 앞으로 죽는 고양이가 더 나올 것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동사실에 따르면 일부 투견업자들은 길고양이와 오소리를 훈련용으로 쓰고 있다. 오소리는 상대적으로 구하기가 힘들어 주로 길고양이가 희생된다.
하지만 개 주인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나는 투견업자가 아니다. 개들도 투견이 아니라 러시아 원산 사냥개 ‘라이카’의 교배종”이라며 “당시 개 6마리를 데리고 산책을 하다가 실수
로 2마리가 무리에서 이탈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잘했다는 것이 아니다. 관리를 소홀히 한 것은 내 실수”라며 “잘못을 인정하고 보호소 주인에 피해보상 뜻도 여러 차례 전달했는데 믿어주지 않고 말을 들어주지도 않아 답답하다”고 밝혔다.
보호소 주인은 지난 14일 고발장을 제출해 영동경찰서에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영동경찰서 관계자는 “양측을 상대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으며, 개들이 투견 등에 연루됐는지에 대한 수사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