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의 전업주부 B씨는 2008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5년여간 보장성 보험상품 42개에 가입한 뒤 감기, 변비, 생리통, 당뇨 등의 병명으로 가족을 67차례 입원시켜 보험금 3억6000만원어치를 가로챘다. 경찰은 B씨를 구속하고 B씨와 공모한 남편과 자녀 3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생계형 보험사기가 크게 늘고 있다. 돈벌이를 하기 어려운 고령자와 무직자에 의한 보험사기가 증가추세이며 상해나 질병에 대해 보장해주는 장기손해보험을 이용한 사기는 1년만에 40% 이상 급증했다. 보험사기 적발규모는 처음 5000억원을 넘어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규모는 5190억원으로 전년도(4533억원)보다 14.5% 증가했다고 18일 밝혔다. 다만 보험사기에 관련된 인원은 전년도보다 7.3% 감소해 사기범의 수는 줄어도 수법과 규모는 지능화·대형화됐다고 볼 수 있다.
보험사기 유형을 보면 불황과 황금만능주의가 키워드다.
우선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고연령자 및 무직·일용직의 사기 비중이 커졌다. 연령별로 10대~50대 보험사기범의 증가율은 모두 전년도보다 낮아졌지만 60대는 7.2%, 70대는 11.9%나 늘었다.
또 무직·일용직 사기범 숫자는 전년도보다 0.4% 늘어나며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1.0%로 가장 컸다. 사기범 5명중 1명 꼴로 무직·일용직인 셈이다. 회사원(13.7%), 자영업(7.6%), 운수업 종사자(4.6%)가 뒤를 이었다.
장기손보나 보장성보험을 이용한 사기 급증도 최근의 불황과 맥이 닿아있다. 지난해 장기손보를 이용한 보험사기는 1451억원이 적발돼 전년도 1035억원보다 40.1% 급증했다. 생명보험의 보장성 보험의 사기 적발금액도 731억원으로 25.2% 증가했다.
이는 최근 각종 보험에 가입한 뒤 질병이나 상해 등을 이유로 장기 입원해서 보험금을 빼돌린 사례가 많아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흥찬 금감원 보험조사국장은 “경기가 어렵다보니 한번에 목돈을 쥘 수 있는 생계형 보험사기가 크게 늘어났다”며 “아프다고 입원할 경우 사기 여부를 가리기 쉽지 않은 점도 고려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살인이나 자해 등 오직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배금주의성 보험사기 급증도 눈에 띄는 현상이다. 자살과 자해를 이용한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012년 356억원에서 지난해 517억원으로 45%나 뛰었다. 살인이나 상해를 입힌 뒤 타내려던 보험금도 지난해 98억원으로 전년도(79억원)보다 24.0% 증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