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윗선 수사 '모르쇠 벽'에 막히나… 소극적 검찰 수사 회의론

국정원 윗선 수사 '모르쇠 벽'에 막히나… 소극적 검찰 수사 회의론

기사승인 2014-03-23 19:17:00
[쿠키 사회] 간첩사건 증거위조 의혹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모르쇠’ 벽에 부딪혀 윗선 개입 여부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국정원이 이미 혐의가 드러난 직원들로 일종의 ‘저지선’을 쌓은 뒤 그 이상 수사가 올라오는 것을 막으려 한다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검찰은 지난 22일 국정원 대공수사국 이모 처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처장은 증거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구속된 김모 조정관(일명 ‘김 사장’)의 직속상관으로 알려져 있다. 김 조정관이 국정원 협조자 김모(61·구속)씨에게 허위 공문서에 들어갈 핵심 내용까지 전달한 것으로 조사된 만큼 이 처장 역시 범행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처장은 “공모는 없었으며 위조 방법도 몰랐다”는 답변을 고수했다고 한다.

이 처장뿐 아니라 지금껏 검찰에 출석한 국정원 직원 10여명 모두가 “모른다”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환 조사는 계속되고 있지만, 이들의 진술을 통한 수사 진척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국정원은 지난 9일 증거위조 의혹에 대해 “검찰에 적극 협조하겠다. 위법 사실이 확인되면 관련자를 반드시 엄벌하겠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바로 그 다음날 국정원 압수수색이 실시됐고, 협조자 김씨와 김 조정관이 차례로 구속됐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국정원은 검찰 수사에 반발하는 등 태도를 바꿨다. 지난 21일에는 “위조 지시나 공모는 없었다. 수사 과정에서 (협조자 김씨의) 일방적 주장이 언론에 유출됐다”며 검찰에 공식 유감을 표했다.

이에 대해 한 검찰 간부는 23일 “국정원이 현재까지 혐의가 드러난 이들만 처벌되는 선에서 수사를 종결시키고, 조직은 끝까지 보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정원으로서는 검찰 조사에 응하는 모양새를 갖추되, 소속 직원들이 입을 다물면 ‘윗선’까지 수사가 확대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국정원 직원들은 최근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을 때도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와 이메일 계정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 등의 엉뚱한 답변을 반복했다.

국정원은 특히 검찰 수사 진행 상황과 방향을 상당 부분 파악해 가면서 대응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불구속 상태인 직원들이 조사를 받고 돌아가면 상부에 그 내용을 보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압수수색 역시 국정원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진행된 만큼, 검찰이 어떤 내부 자료를 확보했는지도 파악하고 있다. 한편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 수집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 여부를 규명하는 데 소극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국정원의 잘못을 드러낼 수록 이를 토대로 공소 유지를 담당한 검찰의 책임도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과의 사법공조 절차 지연 등의 이유로 미완의 상태에서 수사가 종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검찰의 눈치보기식 수사에 대한 비판과 함께 특검 도입의 필요성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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