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IT] SK텔레콤(SKT)이 27일 출시를 발표한 삼성전자 갤럭시S5(사진)를 놓고 양사 간의 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SKT가 먼저 갤럭시S5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글로벌 동시 출시라는 삼성전자의 전략이 깨져버렸기 때문이다.
이날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갤럭시S5 조기 출시는 SKT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매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격하게 대응하거나 공식 입장을 표명할 정도까진 아니지만 유감인 것만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앞서 26일 신종균 삼성전자 대표는 갤럭시S5의 국내 출시 일정이 앞당겨지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결국 SKT가 신 대표의 말을 ‘무시’한 게 돼 버린 셈이다.
SKT의 이같은 결정은 최근의 좋지 않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SKT는 다음달 5일부터 영업정지에 들어간다. SKT는 단독 영업 기간이 일주일 남짓 남은 상황에서 가입자 순증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이동통신사 순차적 영업정지가 시작된 시점부터 25일까지 SKT 가입자 수는 7만293명 순증했다. 하루 평균 5407명씩 늘어난 셈이다. 지난달 타사와의 경쟁 속에서도 가입자 6만명(알뜰폰 제외)을 유치하며 시장점유율을 50.09%까지 늘린 SKT로서는 기대 이하일 수 밖에 없다.
LG유플러스와 KT의 손발이 묶인 상황에서도 SKT의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정부의 단속 강화로 가입자 유치의 가장 큰 동력인 보조금 지급액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20일 무려 5시간 40분 간 통신장애가 일어났고 보상액 논란까지 이어지고 있어 소비자들이 바라보는 눈도 곱지 않다.
SKT로서는 메인 제조사와 얼굴을 붉힐 결정까지 내려가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우리가 함부로 말할 순 없지만 (SKT의 갤럭시S5 조기 출시가) 영업정지를 비롯한 최근의 상황 때문이라는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SKT 관계자는 “그렇게 보는 시선들이 많은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SKT는 예전부터 고객들에게 신제품을 가장 빨리, 가장 먼저 선보이는 것이 기본 스탠스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양사가 물 밑에서는 어느 정도 조율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기 출시를 강행할 경우 예상할 수 있는 파문 등을 고려할 때 SKT가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대응 강도가 세지 않다는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SKT의 조기 출시로 인해 AT&T, 버라이즌 등 북미와 유럽 등 해외 주요 유통 사업자들까지 조기 공급을 요청하고 나설 개연성이 있는 만큼 이들과의 신뢰 문제 등을 이유로 겉으로만 유감을 표명하는 ‘액션’을 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조기 판매되면 오히려 삼성전자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국내 시장이 해외 이통사들의 ‘테스트베드’가 돼 갤럭시S5가 선전하면 해외 마케팅에도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KT와 LG유플러스도 이날 SKT를 뒤따라 갤럭시S5를 출시했다. 양사는 현재 영업정지 상태여서 신규·번호이동·기기변경으로는 갤럭시S5를 개통할 수 없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