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10년간 삼성화재는 7회, 현대캐피탈은 2회 우승했다. 정규리그 우승팀 삼성화재는 한국 스포츠 사상 전무후무한 7년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3년 연속 대한항공에 밀려 챔프전에도 오르지 못했던 현대캐피탈은 전열을 가다듬고 4년만에 정상 도전에 나선다. 40년 지기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과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의 우정을 넘어선 ‘숙명의 대결’로도 관심을 모은다.
객관적인 전력상 우열을 가릴 수 없다. 올 시즌 삼성화재가 3승2패로 앞섰지만 멤버 구성상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볼 수 없다. 레오-아가메즈의 용병 화력, 박철우-문성민의 토종 화력, 고희진·이선규-윤봉우·최민호의 센터 높이, 유광우-권영민·최태웅의 세터 대결, 고준용-임동규의 수비력, 이강주-여오현의 리베로 대결은 백중세다. 큰 경기가 늘 그렇듯 기본에 충실한 팀이 승산이 높고, 작은 틈 하나가 대세를 거스른다. 어차피 서로가 상대를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당일 상대의 작은 틈을 빨리 간파하는 게 사령탑의 역량이다.
정규리그에서 나타난 지표를 보면 공격력에서는 레오를 앞세운 삼성화재가 조금 앞선다. 반면 블로킹의 높이와 수비력에서는 현대캐피탈이 우위다. 양팀의 대결을 창(삼성화재)과 방패(현대캐피탈)의 대결로 압축해 부르는 이유다.
레오는 잡기 위해서는 현대캐피탈 센터 윤봉우의 블로킹이 중요하다. 윤봉우는 레오의 공격 30개 중 8개를 블로킹해냈다. 반면 아가메즈 강타를 가장 잘 막은 선수는 삼성화재 센터 고희진, 이선규다. 최고로 꼽히는 양팀 용병의 위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센터진에 의한 유효블로킹이 승패를 가를 공산이 크다. 또 하나의 변수는 문성민이다. 부상에서 돌아온 문성민은 정규리그 막판과 플레이오프에서 부상전의 점프력과 파워를 되찾았다. 거의 레오의 공격력에만 의존하는 삼성화재로서는 아가메즈에다 문성민까지 합세한 현대캐피탈의 좌우 공격이 부담스럽다.
삼성화재에서 현대로 이적한 최태웅, 여오현과 현대캐피탈에서 삼성으로 옮긴 박철우, 이선규의 대결로도 흥미로운 게임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