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는 1987년 계엄령이 해제된 이후 세 차례 학생 운동이 있었다. 그때마다 학생들은 시위에 풀꽃 이름을 내걸었다. 1990년 3월, 계엄령 해제 이후 최초 발생한 학생 운동의 이름은 ‘들백합 학생운동’이었다. 들백합은 ‘순수’ ‘평화’를 의미한다. 당시 학생 6000여명은 집권당이었던 국민당의 독재를 비판하며 거리로 나와 일주일을 버텼다. 정부가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나서야 시위는 끝났다. 두 번째 학생운동은 2008년 11월에 벌어졌다. 중국 대표단의 방문에 항의하던 학생들을 정부가 진압하자 이에 반발한 것이다. 이 시위는 ‘산딸기 학생운동’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한때 대만의 1980년대 이후 출생 젊은이들은 ‘딸기족’이라고 불렸었다. 겉보기엔 아름답지만 조금만 힘을 줘도 쉽게 찌그러진다는 의미에서다. ‘산딸기’는 이들과는 달리 강인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세 번째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은 대부분 검은 옷을 입고 있으며 손엔 해바라기를 든 채 저항하고 있다. 검정 옷은 ‘블랙박스(밀실) 협상’에 대한 항의의 뜻을 담고 있고, 해바라기는 ‘희망’을 상징한다. 이들은 중국과의 서비스 무역 협정이 발효되면 대만 경제가 중국에 종속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학생운동 단체는 입법원(국회) 점거 농성도 13일째 이어가고 있다.
해외 각지에서도 이들을 지지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홍콩에서는 홍콩학생연맹과 현지 대만인 유학생 500명 정도가 거리 행진을 벌였다. 홍콩학생연맹 측은 “이번 지지 시위가 민주주의를 매개로 홍콩과 대만인을 묶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만 현지 언론은 이날 한국의 서울 등 17개국 49개 도시에서 대만인 유학생 등의 지지시위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의 서비스 무역 협정에 찬성하는 단체의 맞불 시위도 벌어졌다. 보수단체 공민주의연맹 소속 회원들은 이날 타이베이에서 집회를 열고 학생운동 단체의 시위를 비판했다. 검정 옷을 입은 시위대를 향해 “학생들은 집으로 돌아가라”며 해산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밀실 협상을 한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듯 흰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