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행, 중국공상은행 등 중국 5대 은행의 2013회계연도 기준 대손 상각 규모는 590억 위안(약 10조1615억원)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1일 보도했다. 이는 2012년 대비 127% 증가한 수치다. 대손 상각은 금융기관의 대출금 가운데 회수가 불가능한 채권을 회계상 손실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FT는 대손상각 규모 급증을 중국 금융권에 불어 닥친 이상기류를 암시하는 징후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채권시장 내 첫 디폴트(채무불이행) 발생, 일부 지방은행의 집단 예금인출 사태(뱅크런) 등 최근 중국 금융시장에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분기 경제지표들이 예상치를 밑돌았다는 점도 부담스런 요인이다. 5대 은행의 2013회계연도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7~15% 가량 증가했지만 은행들의 상각 처리에 따른 부실여신(NPL) 비율은
지난해 1%로 전년보다 0.05% 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실채권 규모가 공식 발표보다 5배 이상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리아오 창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중국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이 NPL 비율을 인위적으로 낮추기 위해 부실대출을 계속 상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부실채권을 아예 제3자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장부상 규모를 줄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중국 은행들의 유동성 위험성을 나타내는 유동성 불일치 지표(LMI)를 집계한 결과,
2012년 3분기부터 5분기 연속 상승했다고 밝혔다. LMI가 클수록 단기부채가 많고 자산유동성은 적어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정하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중국 회사채나 신탁상품의 디폴트 가능성이 제기될 경우 시장에서 불안 심리가 증폭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 같은 상황 악화는 조만간 중국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주 “경기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