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롯데그룹 계열사 롯데홈쇼핑 임직원을 상대로 수사에 들어간 뒤 나온 업계의 반응이다. 현재 검찰은 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직원의 횡령과 납품비리를 수사하고 있다. 당시 롯데홈쇼핑 대표이사였던 신헌 롯데백화점 사장에게도 자금이 흘러들어간 정황이 포착돼 파장은 점점 더 확대될 전망이다.
◇홈쇼핑뿐 아니라 백화점, 온라인에서도 고질적 병폐=업계 관계자들은 2일 “유통업체의 납품 관련 비리 스캔들은 예견된 일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의 갑(甲)인 유통업체들이 어떤 혜택을 주느냐에 따라 을(乙)인 납품업체들의 매출이 급증하거나 급감하게 되는 구조적 문제에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이다.
납품업체들은 홈쇼핑의 황금 시간대 프로그램에 방송되기를 원하고 있다. 또 백화점에선 고객의 동선이 가장 많은 매장에 입점하길 바란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홈페이지 전면에 제품이 노출되기를 원하고 있다. 홈쇼핑의 경우 방송시간대별로 납품업체의 매출이 많게는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납품업체의 비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납품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백화점의 에스컬레이터 옆 매장에 입점하기 위해 성(性) 로비까지 한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유통업체들은 검찰의 수사가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될까 전전긍긍하는 눈치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제품 선정과 방송 편성·품질 검사 등 홈쇼핑의 ‘제품 선정 프로세스’에 관여한 이들이 결탁해 비리를 저질렀다. 이모 전 생활부문장과 전직 상품기획자(MD) 정모씨 등이 각각 납품업체 5곳으로부터 방송출연 횟수 및 시간 등의 편성 편의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9억원을 챙겼다.
현재 다른 국내 홈쇼핑 업체들도 유사한 형태로 판매 제품을 선정하고 있다. MD가 상품을 검토하면 상품 특성과 생산 프로세스 등 품질 검사를 진행한다. 이어 고객 수요 조사를 끝내면 제품 생산 능력, 물류 역량 등을 점검한 뒤 방송을 편성하는 식이다. 검찰은 2년 전에도 국내 홈쇼핑 업체 4곳의 MD와 납품업체 대표 등 27명을 납품비리로 사법처리한 바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김철호 변호사는 “검찰 수사에도 매번 같은 내용으로 비리가 발생한다는 게 문제”라며 “검찰이나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감시 능력을 강화해 시장 질서를 바로 잡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롯데 창사 이래 최악 스캔들에 당혹=롯데그룹은 임직원들이 구속된 대형 스캔들에 뒤숭숭한 모습이다. 특히 현직에 있는 롯데백화점 사장이 연루됐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신 사장은 홈쇼핑 대표이사로 재직할 당시 일부 횡령액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 측은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 임직원들에 대한 입단속에 나섰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비리 의혹과 관련해 구체적 내용을 알려줄 수 없다”면서 “사장이 연루돼 있어 뭐라 말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 차원에서도 검찰 조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만 전했다. 그룹 관계자는 “일단 우리로선 검찰 조사를 지켜보는 것 밖에 달리 할 게 없다”고 했다.
이날 신 사장은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회사로 출근도 하지 않은 채 외부에서 대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주 예정돼 있던 인도네시아 출장도 취소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