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사건 피고인 유우성(34)씨의 여동생 가려씨는 지난해 4월 “합신센터에서 179일 동안 독방에 감금돼 조사받으며 협박 폭행 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지난달 “(가려씨의) 변호인 접견을 막은 국정원 처분은 위법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징역 4년이 확정된 여간첩 이경애씨는 재판에서 “하루 100장씩 진술서를 쓰도록 센터에서 강요받았고 폭행과 모욕을 당해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었다.
합신센터 조사에 의혹의 눈초리가 쏠린 가운데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달 발간한 ‘2013년 인권보고서’를 통해 “센터 조사에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변협에 따르면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의 2012년 조사에 참여한 탈북민 400명 중 조사 당시 진술거부권에 대해 설명을 들은 응답자는 23.3%에 불과했다. 43.4%는 국정원 직원의 언행에 두려움을 느꼈다고 답했다. 폭언·욕설을 들었다는 응답자는 16.8%였다. 탈북자 A(49·여)씨는 “(독방 조사 과정은) 감옥 같았다”며 “기억력이 좋지 않아 말이 엇갈렸는데 국정원 직원이 심하게 화를 냈다”고 진술했다.
변협은 탈북자를 간첩으로 상정한 채 변호인 접견을 막고 독방 조사를 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탈북자 신변안전조치를 국정원장에게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도 헌법상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당국은 선량한 탈북자로 위장한 직파간첩을 가려내기 위해 일부 권리 제한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대부분 간첩이 탈북자로 위장해 침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변호인 접견과 같은 권리를 모두 보장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주요 위장간첩 사건 판결문에는 간첩들이 남파에 앞서 합신센터 조사를 무사히 통과하는 방법 등에 대해 교육을 받는다는 내용이 있다. 거짓말 탐지기 검사 전에 ‘하늘이 맑고 바다도 푸르구나’ 같은 생각을 하는 등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한 반복 실습을 한다는 것이다. 검사 통과를 위해 약물을 따로 준비하고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접촉해 합신센터 조사 관련 정보를 수집한다는 증언도 있다.
한 공안통 검사는 “고문도 이겨내도록 교육받는 간첩들을 신사적인 대우를 통해 가려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센터에서 철저한 조사를 하지 않으면 간첩을 그냥 사회에 내보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