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천 회동 무산, 정국 경색 불가피=청와대 박준우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새정치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를 예방해 안 대표의 회동 요구에 대한 박 대통령의 거부 입장을 전했다. 회동은 10분 만에 끝났다. 안 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을 만나 “지난 금요일 청와대 민원실에 갔을 때 정무수석이 개인적 의견을 말한 내용이 있었는데 오늘 말씀하신 내용과 동일하다”며 “사과나 양해는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회동에서 “기초선거 공천폐지 사안은 여야가 합의를 이뤄주기 바란다”는 박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
회동에 배석한 금태섭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단히 실망스러운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그는 “두 대표가 ‘새로운 얘기가 없지 않느냐’”며 “‘더 드릴 말씀이 없다. (박 대통령이) 대선 때에는 선거법 개정사항인줄 몰랐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의 거부로 김·안 대표는 곧 무공천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안 대표는 후속 조치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는 숙고해보고 말씀드리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강경파 의원들은 농성·집회를 통해 지도부에 대여 강경 투쟁을 요구하고 있다. 지도부 일각에서도 ‘지방선거 보이콧’ 등 극약 처방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금 대변인은 “무공천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박았지만 당내에서는 무공천 번복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지방선거 최대 이슈로 부각, 상황따라 말 바꾸기=무공천은 민생과 무관하고, ‘선악과 관계없는(안 대표)’ 문제지만 지방선거 두 달도 남지 않는 시점에 다른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무공천 논란의 1차적 책임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지배적 견해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기초선거 공천을 폐지하겠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이런 기조에 따라 새누리당은 지난해 4월 경기도 가평군수 선거에서는 먼저 무공천을 실천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새정치연합의 지방선거 무공천 요구에 대해서는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최경환 원내대표가 지난 1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사과하기도 했지만, 이후에는 새정치연합의 무공천을 비판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일부도 애매한 발언으로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대선 당시 기초공천 폐지를 공약했던 문재인 의원은 통합선언이 있었던 지난달 2일까지도 “기초선거 무공천 입장을 결정한데 대해 지지한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에 “무공천 결정에 대해 당원들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모호한 발언으로 당내 분란에 불을 댕겼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성수 정건희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