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선거 무공천’서 후퇴한 안철수…위기에 빠진 ‘새정치’

‘기초선거 무공천’서 후퇴한 안철수…위기에 빠진 ‘새정치’

기사승인 2014-04-10 20:19:00
[쿠키 정치] “이것이 국민과 당원의 뜻이라면 따르겠다. 대표는 위임된 권한에 불과하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10일 오전 9시20분쯤 당원투표·여론조사 결과에서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이 뒤집히자 이 한마디를 남기고 국회 당 대표실로 들어갔다. 그 뒤로 약 6시간 반 동안 대표실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충격이 너무 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011년 9월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한 이후 국민여론은 늘 안철수를 지지했었다. 그러나 이번 여론조사결과 53.44%가 무공천 폐지를 요구했고, 안 대표의 주장대로 무공천하자는 의견은 46.56%에 그쳤다.

동시에 안 대표가 표방해 온 새 정치도 위기에 빠졌다. 독자신당을 포기하고 민주당과 함께 새정치연합을 창당한 명분이었던 무공천 약속이 꺾이면서 새 정치의 명분도 꺾였다. 국민들에게 비춰지는 새 정치의 실체는 더욱 모호해졌다.

안 대표는 오후 4시 당 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새정치연합마저 약속을 못 지켜 국민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6·4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마지막 한 방울 땀까지 모두 흘리겠다”며 결의를 다졌지만 굳은 표정이었다. 안 대표 주변에서는 “창당만 하면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더니 보따리를 털어갔다” “옛 민주당은 변하지 않았다”며 극도의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안 대표는 여론조사를 거부할 수 있었다. 누가 뭐라해도 창당의 명분이었기 때문이다. 또 공천 유지 쪽으로 유리하게 만들어진 여론조사 문항에 이의를 제기하고, 당 대표직을 거는 단호한 대국민 메시지로 무공천을 유도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안 대표 측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 전략파트에서 시뮬레이션 결과를 토대로 여론조사를 해도 무공천을 관철할 수 있다고 안 대표를 적극 설득했다”며 “전략의 중대한 실수”라고 털어놨다. 공천 반대 여론이 들끓자 고육지책으로 여론조사를 수용했는데 뒤통수를 맞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시각은 좀 더 냉정하다. 안 대표 스스로 무공천 논란을 정면 돌파하는 승부수를 띄우기 보다는 무공천에 따르는 위험을 분산하는 ‘헷징 정치’를 선택했다는 해석이다. 안 대표가 대다수 당원들의 뜻을 거스르고 무공천을 했다가 기초선거에서 질 경우 모든 책임을 져야하는 게 부담스러웠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안철수의 새 정치에는 결단하고 돌파하는 모습이 없었다. 손해를 보지 않으려한다는 ‘CEO 정치’의 반복이라는 비판이다. 수도권 한 의원은 “지도자가 결단력 있게 뚫고 나갔으면 됐을 일”이라며 “무공천을 할 생각이었으면 여론조사를 하지 않았으면 된다”고 비판했다.

이제 안 대표는 선거 승리를 통해 건재함을 과시하는 수밖에 없다. 공천을 원했던 대다수 당원들과 공천파 의원들은 안 대표를 반기고 있다. 그러나 안 대표의 새 정치가 중도·무당파의 적극적인 지지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안 대표의 말에 얼마나 귀를 기울일지 미지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엄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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