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마사랍 코리안(맛있는 한국인).’
필리핀 현지 범죄자들 사이에서 실제로 쓰이는 표현이다. 마닐라 지역에서 한국인 여대생이 납치된 지 약 1개월 만인 지난 9일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한국인 표적 범죄에 대한 현지 불안감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필리핀에서 18년 째 살고 있는 교민 이동활씨는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필리핀에서는 한국인이 돈이 많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며 “한국인들은 택시 바가지 요금 시비가 생겨도 달라는 만큼 줘 버리고 피하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러다보니 ‘맛있는 한국인’이라는 뜻의 ‘마사랍 코리안’이라는 말이 흔하게 쓰이고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중국인들은 대체로 옷차림이 수수하지만 한국인들은 눈에 띈다”며 “필리핀 사람들은 누구든지 한국·중국·일본인을 한 눈에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파견 한국 경찰)’로 활동 중인 서승환 경감은 같은 방송에서 “검거된 용의자에 따르면 한국인이고 젊고, 피해자가 예쁘게 생겼기 때문에 돈이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중국이나 일본인들은 자기가 잘 아는 곳만 찾아 다니는데 한국인들은 자기가 안 가본 곳도 찾아다니는 경우가 많아 위험에 노출 돼 있다. 호기심 많은 것도 한국인들의 문제”라고 조언했다.
이씨는 필리핀의 치안·교정(矯正) 시스템도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필리핀은 한화로 100만원 정도에 주소와 사진만 주면 청부살인이 가능할 정도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교도소 자체가 자유롭다”고 밝혔다.
이씨에 따르면 필리핀은 토요일엔 가족들이 교도소에 들어와서 재소자와 하루 자고 갈 수 있다. 교도소 안에서 담배도 자유롭게 피울 수 있고 직접 음식을 해 먹을 수도 있다. 교도소 생활이 크게 답답하거나 괴롭지 않은 것이다.
이어 그는 필리핀 경찰에겐 제대로 된 수사를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는 한국인 범죄에 대해 코리안데스크가 수사에 참여하는 제도가 생겼지만 인원은 서 경감 1명에 불과하다.
서 경감에 따르면 필리핀에는 코리안데스크 외에 한국대사관 경찰주재관이 세 명이 파견 돼 있다. 전반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주재관이 담당을 하고, 이번 여대생 사건처럼 특별하거나 직접 수사가 필요한 경우는 코리안데스크가 공조를 해서 진행한다.
이씨는 “필리핀 경찰은 수사비가 안 나온다”며 “만일 우리 집에 강도가 들었는데 와 달라고 하면, 경찰서에 가서 차기름을 넣어주고 출동했을 때 얼마 정도의 경비를 챙겨주겠다고 해야 움직인다. 자기 경비 들여서 올 경찰들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외교부에서 코리안데스크를 증원해 줘야 교민들은 마음이 안정이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