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오전 9시55분쯤 숨진 A양(8)의 친아버지(36)가 법원에 모습을 드러내자 성난 사람들과 취재진은 친아버지를 향해 달려들었다. 친아버지는 5분여 동안 법원 이곳저곳으로 도망 다녔다. 사람들은 친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니가 인간이냐”등의 폭언과 욕설을 퍼부었다.
푸른색 점퍼와 청바지 차림으로 나타난 친아버지는 법정에 입장해 방청석을 한번 쳐다보고는 피고인석에 앉았다. 녹색 수의를 입은 계모 임모(35)씨는 긴 생머리에 안경을 쓰고 있었다.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최대한 가리려 노력했고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재판장이 친아버지에게 선고를 하며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없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A양의 생모(36)와 고모(42)는 방청석 맨 앞줄 앉아 눈물로 재판을 지켜봤다. 생모는 재판 내내 눈시울을 붉혔다. 법정에 들어오기 전부터 흐느끼던 고모도 내내 오열했다. 고모는 선고가 내려지자 바닥에 쓰러지며 “차라리 날 죽여라”, “사형시켜 달라”고 외친 뒤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 나갔다.
오전 10시 재판이 시작되기 1시간여 전부터 취재진과 인터넷 카페 ‘하늘로 소풍 간 아이를 위한 모임’ 회원, 시민 등 100여명이 몰려왔다. 법정 안 20여개 방청석은 모두 찼고, 30여명은 뒤쪽에 서 있었다. 방청권을 얻지 못한 시민과 인터넷 카페 회원들은 21호 법정 앞과 법원 앞마당에 모여 있었다.
◇울산지법=의붓딸(8)을 폭행, 갈비뼈 16개를 부러트려 숨지게 한 울산 계모(41)에 대한 선고가 내려지자 눈물바다로 변했다.
친모(41)는 옆자리에 있던 이명숙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에게 얼굴을 파묻은 채 한참동안 울었다. 일부 방청객은 눈물을 쏟으며 법정 벽을 치고 발을 굴렀다.
밖에서 참관했던 일부 회원들은 “대한민국 법이 이것밖에 안되냐”면서 곳곳에서 항의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재판이 끝난 뒤에도 일부 참관인들은 ‘사형’과 ‘항소’를 외치는 등 한동안 소란이 벌어졌다. 법정 밖에 나온 친모는 선고 결과의 충격으로 법정 앞 의자에 앉아 한동안 일어서질 못했다.
오후 1시30분부터 재판이 시작됐지만 법정 앞에는 인터넷 카페 ‘하늘로 소풍 간 아이를 위한 모임’ 회원들 300여명이 오전 11시부터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 카페 회원 중 일부는 대구지법에서 직접 판결을 참관하고 울산으로 오기도 했다. 재판을 참관하기 위해 1∼2살 된 아이를 안고 나타난 엄마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재판이 시작을 위해 녹색 수의를 입은 계모가 법정에 나타나자 친모 눈을 감으며 고개를 숙였다. 피고인석에 서 있는 계모는 입을 굳게 다물고 땅바닥을 쳐다볼 뿐이었다. 판사가 계모의 범죄사실을 나열할 때는 친모는 입술을 떨며 눈을 감았다.
대구=최일영,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