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이 개점 30주년을 맞아 20일까지 우리나라 유통산업의 역사를 시대별로 볼 수 있는 근·현대 유물전을 갖고 있다. 지난 11일 명품관에 마련된 전시장에는 84년 문을 연 영등포점의 30년 역사는 물론 시대별 인기 상품, 과거 백화점 전단지와 사진 등 다양한 한국의 상업사(商業史) 자료들이 빼곡히 준비돼 있다.
시대별 선물용 상품에서는 당시의 소득 수준과 소비 의식 등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살기 어려웠던 70년대엔 비누와 미풍(조미료), 설탕을 비롯한 생필품이 인기를 끌었다. 오리온 선물세트는 아이들에게 최고의 선물이었다.
80년대는 통조림 캔 세트가 선풍을 일으켰다. 또 플라스틱 용기인 ‘내쇼날 선물세트’와 마주앙(주류)도 인기 목록이었다. 살림살이가 나아진 90년대에는 고가의 갈비세트가 주목을 받았고 영지버섯과 인삼차를 포함한 건강식품이 관심을 모았다. 골프 클럽이 팔려나가기 시작한 때도 90년대 중·후반부터다. 2000년대 들어선 전자제품이 많이 팔렸고 최근에는 아웃도어, 노트북, 명품류 등으로 선물 종류가 다양해졌다.
시대별 광고 카달로그에서는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여배우가 누구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70년대 ‘아씨’의 김희준을 시작으로 ‘별들의 고향’ 안인숙, 정소녀, 이미숙, 고두심이 백화점 카달로그 표지를 장식했다. 80년대 들어선 선우용녀, 김창숙, 장미희, 윤미라 등 미녀들이 모델로 나섰다. 이전까지는 연예인 한명이 등장한 카달로그가 대부분이었지만, 강부자는 86년 크리스마스 선물용 카달로그에서 남편과 아들 역할을 한 남자 배우와 같이 나와 가족의 화목함을 강조했다. 90년대는 전인화, 고소영, 손태영이 백화점 모델로 활약했으며 2000년대 후반부터는 외국인 모델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신세계는 상업사 박물전과 함께 ‘옛 책가방 속’ 전시도 진행한다. 옛날 교복과 모자, 교련복, 국민학교와 중·고교 책가방, 교과서, 도시락, 오르간 등 옛날 교실 물품들이 추억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영등포점과 관련된 추억을 가진 고객의 사진과 수기도 공모 중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