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은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동부 도네츠크주의 북쪽 도시 크라마토르스크 인근 군용 비행장을 탈환했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친러 세력에게 최후통첩을 한 이후 군사 작전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대행은 “오늘 새벽 대테러 작전이 시작됐으며 이 작전은 단계적으로 시행될 것”이라며 “작전의 목적은 우크라이나 국민을 보호하고 테러와 범죄, 국가 분열 활동을 차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군은 비행장 상공에 헬기를 띄워 지상에 총격을 가했고, 전투기가 저공비행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작전엔 경찰 특수부대 ‘오메가’와 국가보안국 특수부대 ‘알파’ 대원들이 참여했다. 현재 친러 세력은 비행장에서 퇴각한 상태고, 이 곳엔 정부군 소속 탱크 및 장갑차 60여 대가 배치됐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사망자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아노보스티통신은 양측간 교전이 벌어져 비행장을 지키던 친러 세력 4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우엔엔(UNN)통신은 사망자가 수십 명이나 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부 측은 이 같은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대행은 “사망자는 없다”고 일축했고, 스타니슬라프 레첸스키 내무장관 고문도 “작전 과정에서 친러 세력 일부를 인질로 붙잡았을 뿐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동부 지역에서도 정부군이 대테러 진압 작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우니안통신(UNIAN)과 로이터통신 등은 우크라이나 군 장비가 슬라뱐스크로 진입했다고 전했고, 인테르팍스 통신은 친러 시위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정부 측이 시위대가 점거 중인 슬라뱐스크 공항을 탈환하기 위해 인근 지역으로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목격자는 트위터에 “군인 500명 정도와 장갑차 20대, 헬기 2대, 군용 버스 여러 대가 슬라뱐스크로 들어왔다”고 적었다. 정부 측은 이 보도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군사 작전으로 맞대응해버리는 바람에 사태는 더욱 꼬여버렸다. 당장 17일 열릴 예정이었던 미·러·유럽연합(EU)·우크라이나 간 4자회담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런 상황에서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4자 회담)를 할 수는 없다”고 우크라이나 정부를 비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교전 직후 가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갈등의 급격한 확산이 사실상 우크라이나를 내전 직전 상황으로 몰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