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수백 명 학생 뒤로 한 채…선장 등 ‘선박직’은 전원 생존

[진도 여객선 침몰] 수백 명 학생 뒤로 한 채…선장 등 ‘선박직’은 전원 생존

기사승인 2014-04-19 09:40:00

[쿠키 사회] 이준석(69) 선장을 포함한 항해사·기관사 등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6825t급)의 ‘선박직’ 직원들은 모두 생존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박 구조, 사고발생 시 대응 요령 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이 수백 명의 승객들을 외면한 채 먼저 빠져나갔다는 점에서 공분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는 18일 탑승자 전체 명단과 생존자 명단을 입수해 비교한 결과 이 선장을 비롯해 선박직 15명은 모두 생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선장 이씨 외에 선박직 생존자는 1·2·3등 항해사 4명, 조타수 3명, 기관장·기관사 3명, 조기장·조기수 4명이다.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해 수백 명의 승객들이 “객실에서 대기하라”는 안내 방송만 믿고 있는 사이 이들은 훤히 꿰뚫고 있는 통로를 이용해 탈출한 것이다.

특히 이 선장은 첫 구조선에 몸을 싣고 육지에 도착해 사고가 일어나면 승객 대피 조치를 앞장서 지휘해야 하는 선장의 의무를 내팽겨쳤다.

선사의 위기대응 매뉴얼대로라면 선장은 선내에서 총지휘를 맡고 1항사는 현장지휘, 2항사는 응급처치와 구명정 작동, 3항사는 선장을 보좌해 기록·통신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무시됐다.

정작 다른 이들의 탈출을 도우려다 사망하거나 실종 중인 승무원은 승객 서비스와 관련 있는 사무장·사무원들이었다.

구조된 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사무원 박지영(22·여) “왜 구명조끼를 안 입느냐”며 한 학생이 걱정하며 물어보자 “너희들 다 나가면 나도 따라가겠다”고 대답했고, 결국 싸늘한 주검이 돼서야 차가운 바다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사무장 양대홍(45)씨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는 “난 지금 학생들 구하러 가야 한다”며 “수협 통장에 돈이 좀 있으니 큰아들 학비로 써라”라는 말을 남기고 서둘러 통화를 마쳤다. 양씨는 현재 생사가 불투명하다.

사무원 정현선(28·여)씨와 세월호 불꽃놀이 행사 담당 김기웅(28)씨는 결혼을 약속한 연인이었지만 같은 날 세상을 떠나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청해진해운에 따르면 세월호 승선 승무원은 모두 29명이다. 이날 현재까지 사망자는 3명, 실종자 6명, 생존자는 20명이다. 전체 승무원의 69%가 생존했다.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 중 75명(23%)만 구조된 것과 대조적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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