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지금 때가 어느 땐데, 그러고 싸우고들 있냐.”
프로야구 경기장에서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됐다. 빈볼과 비신사적인 슬라이딩이 이어지고 벤치클리어링과 퇴장까지 나왔다.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비통해하는 상황에서도 스포츠맨십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20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시즌 3차전에서 벌어진 일이다. 6회 몸에 맞는 볼이 나오면서부터 경기장에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정근우는 6회말 1사 3루 상황에서 정찬헌의 146㎞ 강속구를 몸에 맞았다. 정근우는 고통을 호소하며 정찬헌을 바라봤지만 정찬헌은 별다른 사과표시를 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빈볼 상황에는 투수가 가볍게 사과하는 것이 관례지만 정찬헌은 사과하지 않았다. 정근우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1루로 향했다.
정근우가 출루하며 한화가 1사 1·3루 기회를 맞은 상황에서 또 갈등이 발생했다.
김태균의 유격수 땅볼 때 정근우가 LG 수비의 병살 플레이를 방해하기 위해 2루에 슬라이딩을 하며 들어갔다. LG 유격수 오지환은 이를 피하려다 1루에 악송구를 했고 그 사이 3루에 있던 주자가 홈을 밟았다. LG 최고참 이병규는 공수교대 때 정근우에게 한 마디를 던졌고, 정근우는 물러서지 않았다.
사건은 8회에 터졌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 타석에 들어선 정근우는 2구째에 또 다시 몸에 공을 맞았다. 정근우가 화를 참지 못하고 보호대를 풀며 마운드로 뛰쳐나가자 양 팀 선수 모두 일제히 그라운드 위로 올라오며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LG 우규민은 특히 정근우와 심한 설전을 벌였다. 선발 등판했던 우규민은 빈볼 사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지만 3⅓이닝 4피안타 3볼넷 5실점으로 부진했던 경기의 책임감 때문인지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한화 선수들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분노를 쏟아냈다.
험악한 분위기 속에 전일수 주심은 빈볼의 고의성을 인정하고 정찬헌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경기는 9대 8 한화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야구팬들은 “고의 빈볼 정말 문제다” “지금 때가 어느 땐데 이러고들 있냐” “야구라도 즐겁게 좀 보려고 했더니”라며 혀를 찼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