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의를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대신 사표는 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이 끝나는 이후에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퇴진 의지를 밝힌 정홍원 총리에게 사고 수습의 컨트롤타워를 계속 맡기겠다는 의미다. 사고 수습이 먼저라는 현실론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각을 늦춰야 한다는 정치적 요구까지 합쳐져 국무총리 사표 ‘시한부 수리’라는 한국 정치사의 또 다른 진풍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은 정 총리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한 것에 대해 수리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리 시기에 대해서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구조 작업과 사고 수습으로 이게 최우선이기 때문에 사고 수습이후 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민 대변인이 옮긴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말로 두 줄 뿐이다.
이에 따라 정 총리는 박근혜정부 초대 총리로서의 역할을 시한부로 연장하게 됐다. 세월호 참사 발생 열이틀째인데, 그동안 실종자 가족들에게 구조 작업 지연에 따른 항의로 물병을 맞는 등의 자리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앞서 정 총리는 오전 회견을 통해 “진작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자 했으나, 사고 수습이 급선무이고, 하루 빨리 사고 수습과 함께 대책을 마련한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라고 생각했다”라며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제가 자리를 지킴으로써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사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내각의 수장인 총리가 홀로 사퇴를 선언한 것은 무책임한 자세이며 비겁한 회피”라고 비판했다. 인터넷 공간에서도 나홀로 ‘사의’는 책임을 온당히 지는 게 아닌, 나홀로 ‘탈출’이란 비난 여론이 확산됐다.
사진=국민일보DB
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