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청와대 홈페이지를 한때 마비시켰던 자유게시판의 박근혜 대통령 리더십 비판 글이 삭제됐다. 박 대통령의 재난 지휘 무능을 조목조목 짚은 글인데, 실명 인증을 거쳐야 하는 청와대 게시글로는 이례적으로 40만 조회수를 넘긴 것이었다. 청와대 게시판 운영자는 “작성자 본인이 직접 삭제했다”고 밝혔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작성자가 “페이스북에서 퍼온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해명대로 원문 글은 다른 이용자의 페이스북에 지난 25일 올라왔던 글로 확인됐다.
청와대 홈페이지 관리자는 28일 공지에서 “정○○님은 2014년 4월 27일 오전 9시51분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라며 “정○○님은 28일 오전 8시53분에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글 삭제를 원합니다”라는 글을 다시 올려 삭제를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는 “본인이 작성한 글에 대해서는 본인만이 삭제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며 “현재, 정○○님께서 작성한 글 2건은 본인이 직접 삭제하였음을 알려드린다”라고 공지했다.
하지만 SNS에선 정씨가 퍼온 글 원문이 직접 회자되고 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에 페이스북 이용자 P씨의 글을 링크했는데, 지난 25일 새벽 3시25분쯤 올라온 글로 정씨가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과 똑같다. “대통령을 비판해 본 적은 거의 없다”고 시작하고, “첫째, 대통령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이 뭔지도 몰랐다”라거나 “둘째, 사람을 살리는 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정부는 필요 없다” “셋째, 책임을 지지 않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라는 문장이 그대로 들어가 있다.
청와대에선 퍼온 글이어서 삭제됐다고 하지만, 중요한 건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무슨 내용이 담겨 있느냐다. 청와대 자유게시판에는 이 시간에도 비슷한 주제의 글과 이를 반박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대한민국 리더십이 어디에 있는지 묻는 것이다.
사진=국민일보DB
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