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을 해도 너무 다른 모습이 해양경찰청 영상에 드러났다. 한쪽에서는 다급하게 탈출하는 세월호 이준석(69) 선장 등의 모습이, 다른 영상에서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구명정을 타고 질서 있게 경비정에 오르는 모습이 담겼다.
해경은 지난 16일 오전 9시28분58초부터 11시17분59초까지 현장에 도착한 해경 경비정 123호 직원이 휴대전화로 찍은 영상을 28일 공개했다. 약 10분 분량의 이 영상은 10~20초 내외의 49개 파일로 나뉘어져 제공됐다. 해양경찰청은 “당시 현장에 출동한 123정 직원이 휴대전화로 구조 상황을 촬영했던 것”이라며 “함정에 보관하다가 선원 집단탈출 촬영 비공개 의혹 해소를 위해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부분에는 해경 123정이 세월호 사고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속력을 내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모습이 나타난다. 다급히 오고가는 무전기 소리도 들렸다. 하지만 해경이 도착해 구명정을 보낸 9시38분쯤에는 세월호가 이미 50~60도가량 기울어져 있었다. 123정이 세월호 좌현에 접근하면서 3층 복도 기관부원 7명이 구명정에 올라탔다. 또한 조타실에 모여 있던 이 선장 등 승무원 7명도 황급히 구명정으로 몸을 피했다.
이들은 운항 중 반드시 입어야 하는 제복을 입지 않은 상태였다. 이 선장은 심지어 팬티 차림으로 옮겨 타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조타실 옆에는 구명벌 46개가 있었지만 선장 등 승무원 누구도 이를 작동시키지 않았다. 9시49분쯤에는 구조작업 중임에도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로 뛰어든 승객 모습도 보였다.
반면 선장 등이 구조된 이후 구명정에 오른 앳된 모습의 여학생 등은 9시51분 해경의 지시 아래 질서 있게 123정에 올라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당시 해경은 “현장에서는 승무원, 승객이 구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경은 또한 10시8분쯤 망치 등으로 배 유리창을 깨고 7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당시 출동한 해경 관계자는 “당시 유리 파편이 튀어서 해경이 다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내에 진입하지 않은 과정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아울러 해경은 세월호에 도착해 선내 방송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도 덧붙였다.
해경은 이 영상 외에 캠코더로 찍은 영상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경 측은 “확인해 줄 수 없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