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추돌 상보] 앞차 정차 중 뒤에서 꽝, 피범벅에 허리다치고 선로 걸어서 대피

[지하철 추돌 상보] 앞차 정차 중 뒤에서 꽝, 피범벅에 허리다치고 선로 걸어서 대피

기사승인 2014-05-02 22:35:00
[쿠키 사회] 연휴를 앞둔 2일 오후 3시30분쯤 서울 신당역에서 승객들을 태우고 상왕십리역으로 달리던 서울지하철 2호선 2260열차는 평소와 다름없는 상태로 운행하고 있었다. 서울지하철의 모든 열차에는 ‘열차 자동정지장치’가 탑재돼 있다. 앞뒤 열차의 안전거리 200m는 이 장치를 통해 자동으로 확보된다. 그런데 이날 ‘전례 없는’ 문제가 발생했다. 2260열차의 자동정지장치가 말을 듣지 않았다. 2260열차 기관사는 상왕십리역에 2258열차가 멈춰서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상왕십리역 직전의 곡선 구간 선로를 지나서야 2258열차를 발견하고 급정차를 시도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달리던 2260열차는 역을 막 떠나려던 2258열차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2260열차의 앞쪽 두 량은 추돌 충격으로 탈선했고 2258열차에선 객차와 객차 사이를 잇는 연결기 6개가 끊어졌다.

두 열차에는 승객 1000여명이 타고 있었다. 승객들은 굉음과 함께 열차가 요동치듯 흔들려 큰 충격을 받았지만 사고 직후 아무런 안내방송도 듣지 못했다. 일부 승객이 객차 출입문 옆 비상장치를 작동시켜 직접 문을 열고 열차 밖으로 나섰고, 다른 승객들도 뒤따라 대피를 시작했다. 서울메트로 측은 “매뉴얼대로 사고 발생 직후 양방향 열차 운행을 중지시킨 뒤 오후 3시35분부터 차내 안내방송을 통해 승객들이 승강장으로 대피하도록 도왔다”고 해명했다. 승객 1000여명은 선로를 따라 걸어나와 오후 4시3분쯤 전원 대피했다.

전례가 드문 지하철 추돌 사고에 관계 당국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서울지하철에서 운행 중인 열차 두 량이 추돌 사고를 일으키기는 처음이다. 1990년 부산에서 지하철 개통 초기 추돌 사고가 있었지만 장기간 운행 노하우를 축적해온 서울지하철이 탈선이나 운행 중단이 아닌 추돌로 운행 중에 멈춰선 적은 없었다. 서울메트로 측은 안전거리를 유지해주는 열차 자동정지장치가 고장을 일으킨 것 역시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뒤 열차의 기관사는 “주행신호가 갑자기 정지신호로 바뀌어 비상 제동을 시도했는데 제동거리가 확보되지 않아 앞 열차를 추돌했다”고 진술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기관사들이 평소에 육안으로도 열차 간 거리를 확인하긴 하지만 대부분 열차 자동정지장치에 의존한다”며 “전례가 없는 사고라 조사에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 열차들은 1990년과 1991년에 제작돼 20년 가까이 된 노후차량이지만 그동안 운행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기관사와 외국인 승객 2명 등 200여명이 부상하고 한양대병원 건국대병원 등 인근 병원 12곳으로 분산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골절상 등 중상을 입은 승객 2명을 포함해 154명이 입원했고, 46명은 간단한 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뒤따르던 열차(2260호) 기관사는 국립의료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비 오는 퇴근길 차량으로 붐비던 상왕십리역 삼거리 일대 도로는 사고 수습을 위해 긴급 출동한 구급차와 소방차가 길가에 늘어서고 경찰차, 경찰버스까지 가세하면서 한때 교통이 마비되기도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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