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분향소에서 아들 영정 빼버린 아버지의 질문

[세월호 침몰 참사] 분향소에서 아들 영정 빼버린 아버지의 질문

기사승인 2014-05-08 10:58:01

[쿠키 사회] 아버지는 아들의 영정을 정부 공식 분향소에서 떼어 왔다. 깨끗한 영혼을 혼탁하고 쇼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소에 두고 국가적 행사의 희생물로 삼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리곤 질문했다. 배가 몇 시부터 기울었는지, 해경은 언제 알았는지, 생존자 구조를 왜 하지 않았는지. 사고 직후 15분간 세월호 상황을 동영상으로 찍어 남긴, 그 동영상은 가족의 유품이 아니라 사회의 것이라며 전 국민에게 공개했던, 경기 안산 단원고 고 박수현군의 아버지 박종대씨의 호소다.

아버지 박씨는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왔다. 마침 어버이날이다. 박씨는 경기도 안산 정부 공식 합동 분향소에서 아들 영정 사진을 떼왔다고 했다. 그는 “정확히 말씀드리면 5월 5일 밤 10시30분쯤”이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20일째, 아들의 발인을 마친지 9일째 되는 날이었다.

아버지가 바라는 것은 추모가 아니었다. 박씨는 “이 사건과 관련하여 관계 당국이 진상규명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 여러분들의 조문만 받는 것은 국민 여러분에 대한 도리도 아니고, 아이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한다.

아버지 박씨는 추모 보다 정확한 진상규명을 바란다고 했다. 박근혜정부가 세월호 사고와 관련 진행하고 있는 수사 방향이 잘못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세모와 관련된 문제, 유병언의 개인 비리와 관련된 문제, 평형수에 대한 문제, 구원파와 관련된 문제, 아니면 선장의 어떤 문제, 이런 쪽으로만 수사방향이 집중돼 있던 것으로 저는 봤거든요. 하지만 제가 볼 때는 이 사건의 본질은 다른 데 있다고 보고 있거든요.”

“수사의 초점이 바뀌어야 된다고 봅니다. 배가 몇 시부터 기울기 시작했는지, 그 시간에 해경은 정확히 몇 시에 알았는지, 그리고 해경의 초기 대응이 적절했는지 안 했는지, 그리고 사고 당일 왜 그 좋은 날씨에 왜 적극적인 생존자 구조를 하지 않았는지, 현재 의혹으로 제기되고 있는 언딘과의 문제 등 이런 게 정확히 규명이 돼야 하는 데 현재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에 해양경찰이 포함돼 있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아버지 박씨는 “해경이 물론 지금도 고생을 하고 계시고 그렇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해경은 구조만 하시고 수사에 대해서는 빠져주는 게 도리라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버지 박씨는 아들의 유품인 휴대전화에 사고 당일 오전 6시26분 찍힌 사진을 근거로 이미 배가 기울기 시작했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정확하고 공정하게 밝혀달라고 거듭 말했다.

일본 후지TV 취재진이 와서 해경이 구조를 할 때 선내 유리창에서 희생자들이 발버둥을 치던 사진 속 객실은 아들이 있던 곳으로 추정된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고도 했다. 아버지 박씨는 “사실 좀 더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지금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만약에 정말 한번이라도 (해경이) 그 유리창이라도 깨줬으면, 우리 아이가 아니더라도 다른 아이라도 살 수 있었을 텐데”라며 “거기서 해경의 보트가 그걸 외면하고 다른 데로 방향을 트는 것을 봤을 때 정말 슬프더라고요”라고 했다.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바람을 말했다. 도리를 알고, 부끄러워할 줄 알고, 내 아이와 남의 아이를 함께 생각할 줄 아는 희생자 가족의 외침이다.

“국민 여러분들의 관심이 집중돼서 하루빨리 이 사건에 대한 진실이 한 점 의혹 없이 좀 밝혀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들께서 적극적으로 좀 도와주셨으면 그러한 바람입니다.”

사진=안산=7일 경기 안산 정부합동 분향소에 새로 수습된 희생자 영정 사진이 분향대에 설치되고 있다. 박군의 사연과는 관계없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희청 기자

글=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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