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스위스 대통령인 디디에 부르칼테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의장과 회담한 뒤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대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 대표들에게 오는 11일로 예정됐던 분리 독립 주민투표를 미뤄 달라”고 요청했다. 주민투표는 정부군에게 진압작전의 명분을 제공해 사태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악재로 작용해 왔다. 그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와 동남부 지역 대표간의 직접적인 대화가 핵심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 지도자들도 푸틴 대통령의 주민투표 연기 요청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에 화답해 진압 작전을 중단한다면 내전 직전의 우크라이나 사태가 군사대결에서 외교적 해법 찾기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앞서 독일이 제안했던 제네바 4자회담의 후속 회담이 열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 주둔한 러시아 군대가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주장도 일축했다. 그는 “우리 부대는 이미 접경지대에서 철수해 원래 주둔지에 배치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지 어니스트 백악관 부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의 이런 주장에 대해 “러시아군이 철수했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고 반박했다.
푸틴 대통령의 주민 투표 연기 제안의 의도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동부 지역의 모든 ‘테러적 주민투표’는 원칙적으로 불법이다”며 “그것을 연기하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광대극”이라고 폄하했다. 또 “테러리스트들과는 대화할 생각이 없다”고 말해 푸틴 대통령의 제안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유화 제스처가 국제 사회의 단합된 제재의 첫 번째 결과라고 주장했다.
미국도 러시아에게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젠 프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의 긴장 완화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더 많이 남아있다”며 친러시아 시위대의 폭력적 행위를 자제하도록 노력해 줄 것을 요구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