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는 북한이 보냈다… '스모킹 건'은 무엇?

무인기는 북한이 보냈다… '스모킹 건'은 무엇?

기사승인 2014-05-09 00:39:01
[쿠키 정치] 군 당국이 20여일에 걸친 한·미 공동조사를 통해 8일 북한 소형 무인기에 대한 결정적 증거(스모킹 건)를 제시했다. 또 그동안 한·미 첩보망에 포착되지 않은 비행체로,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위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소형 무인기에 적힌 숫자 등은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는다.

◇스모킹 건은 발진·복귀좌표가 담긴 비행계획=소형 무인기 3대가 모두 북한에서 발진했다는 결정적 증거는 위성항법장치(GPS) 정보가 담긴 무인기 메모리칩의 임무명령 데이터였다. 군 당국은 지난달 14일 한국(15명)과 미국(10명)의 무인기 전문가 25명으로 조사전담팀을 구성한 이후 무인기의 비행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임무명령서 해독에 주력했다. GPS 수신기가 장착된 소형 무인기들은 임무명령 데이터에 의해 발진한 후 입력된 좌표에 따라 비행하면서 사전에 입력된 좌표 상공에서 사진을 찍고 복귀 좌표를 따라 이륙 지점으로 되돌아오도록 설계됐다.

조사팀은 우선 무인기의 비행조종컴퓨터 메모리칩에서 전체 비행계획 좌표를 확보했다. 이어 무인기에 장착된 카메라 사진으로부터 비행경로를 추정했다. 그 결과 비행경로와 비행계획이 일치했고 파주 및 백령도에 추락한 무인기는 비행계획대로 비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백령도 무인기는 발진지점을 포함한 초기 50분간의 비행기록을 저장하고 있었고, 이는 비행계획과 완전히 일치했다. 백령도 무인기는 발사대에서 발사된 후 해주지역 상공을 수차례 선회한 뒤 1㎞ 고도에 도달해 첫 임무비행 항로점인 소청도 지역으로 향했다. 이후 1.7㎞ 고도로 수평비행하면서 18~20초 간격으로 119장의 사진을 촬영했다. 비행계획상 설정된 81개 항로점을 연결한 거리는 423㎞에 달했다.

파주 무인기는 7~9초 간격으로 178장의 사진을 촬영했다. 이 무인기는 당초 2.5㎞ 상공을 유지하면서 남하했으나 북쪽으로 돌아가면서 기체 이상으로 인해 고도가 점차 낮아졌다. 비행계획상 16개 항로점을 연결한 거리는 133㎞였다. 삼척에서 추락한 무인기의 비행고도는 2.5㎞로 비행계획상 29개 항로점을 연결한 거리는 150㎞였다. 3대의 북한 무인기는 비행계획을 모두 이행하지 못하고 중간에 기체이상 또는 연료 부족으로 추락했다. 특히 삼척 무인기는 방향조정 기능이 상실돼 당초 경로에서 150㎞ 이탈한 지점에 추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미 첩보망 피한 북한 무인기=군 당국은 북한 소형 무인기가 그동안 한·미 첩보망에 포착되지 않은 비행체인 것으로 결론 내렸다. 한·미는 1990년대부터 북한의 무인기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해왔지만 이번에 발견된 소형 무인기는 처음 포착된 것이다.

한·미 공동조사 결과 북한 무인기는 영상 송수신 장치는 탑재되지 않았지만 무인정찰기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기능은 모두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사전에 입력된 좌표 상공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발진지점으로 복귀하는 기능은 무인정찰기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기능이다. 국방부는 “북한 무인기는 중량이 10∼14㎏으로, 연료통(파주 4.97ℓ·백령도 3.4ℓ) 크기를 고려하면 비행거리는 280∼400여㎞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풀리지 않는 의문점=군은 북한이 홍콩을 경유해 중국에서 개발한 무인기를 수입한 뒤 이를 개조하거나 복제해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종성 국방과학연구소(ADD) 무인기(UAV)사업단장은 브리핑에서 “중국의 무인기와 외형이나 기타 제원 상 특성이 매우 유사하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중국 무인기 개발 업체와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중순 외교 경로를 통해 중국 정부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아직 답을 받지 못한 상태다. 이성열 합참 전략무기기술정보과장은 “중국 측에 질의했는데 해당 회사가 민간회사이고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아 생산 및 판매 활동에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 민간회사가 최근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한 것은 북한 소형 무인기 침투사건에 정치적 부담을 느낀 중국 당국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군 당국은 또 북한 무인기에 적혀 있는 ‘6’ ‘24’ ‘35’의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하게 밝혀내지 못했다. 김 단장은 “그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정확히 모르겠고, 대량 생산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라고만 설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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