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3시34분쯤 서울 동대문구 신이문역에서 석계역 방향으로 가던 의정부행 지하철 1호선 전동차 안에서 이모(22)씨가 승객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씨는 승객들에게 “밥을 못먹었다. 1만원만 빌려 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멀쩡한 차림의 청년이 무뚝뚝한 말투로 돈을 요구해 동정심보다 공포를 먼저 느낀 할머니 승객들은 “시끄러우니 저리 가라”고 했다.
그러자 이씨는 용 문양이 새겨진 은색 지포라이터를 꺼내들었다. 라이터에 불을 붙여 들더니 “불 질러 다 죽여버리겠다”며 승객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많은 승객이 서서 갈 정도로 붐비던 전동차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일부 승객이 흥분한 이씨를 말리려고 타일렀지만 이씨는 오히려 전동차 유리창을 주먹으로 치며 난동을 부렸다. 승객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열차가 도착하기 전 석계역 주변을 봉쇄하고 실제 화재가 발생할 상황에 대비했다.
다행히 이씨는 전동차가 석계역에 도착하자마자 더 이상 행패를 부리지 않고 바로 내렸다. 불은 어디에도 옮겨 붙지 않았고 부서진 물건도, 다친 사람도 없었다. 경찰은 인천행 열차로 막 갈아타려던 이씨를 발견하고 현장에서 검거했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현주 건조물 방화 예비 등의 혐의로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범행 당시 이씨는 지포라이터 외에도 1회용 라이터 1개와 라이터용 휘발유 캔(133㎖) 하나를 갖고 있었다. 이씨는 수년 전에도 인화물질을 지닌 채 지하철에 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인명 피해나 물리적 피해 모두 발생하지 않았지만 특정한 주거지가 없고 재범 우려가 커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