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KBS 김시곤 보도국장이 유가족들과의 면담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유가족 대표 10여명은 임창건 보도본부장 등 4명의 다른 KBS 간부들만 만났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9일 오전 2시쯤 KBS 본관 앞에서 공식 브리핑을 통해 “김 국장이 끝내 나오지 않아 요구사항을 수정했다. 길환영 KBS 사장의 공개 사과 후 보도와 김 국장 파면 요구안을 전달하고 나왔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대표단 결정에 동의했으며, 이후 청와대로 이동을 결정했다.
유 대변인은 앞서 페이스북을 통해 항의방문 상황을 알리기도 했다.
여기서 유 대변인은 유가족 대표들이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내 로비 바닥에 앉아있는 사진과 함께 “들어가려면 출입증을 작성해야 한답니다. 우리가 견학하러 온 줄 아는가 봅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그는 “사장과 보도국장 나오랬더니 쏙 빼고 관계없는 스포츠국장, 해설국장 등만 나왔군요”라고 알리면서 바닥에 앉아 면담이 진행되고 있는 사진을 게재했다.
이 자리에서 임창건 KBS 보도본부장은 “내가 책임자이니 나에게 말하면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이 진행되는 동안 김 국장은 보도국장실에서 대기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120여명은 8일 오후 김 국장의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KBS를 항의 방문했다.
김 국장은 지난달 말 부서 회식 자리에서 “세월호 사고는 300여명이 한꺼번에 죽어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에 비하면 많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뉴스 진행자에게 “검은 옷을 입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에 유가족들은 이날 안산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은 KBS 간부들에게 강하게 항의했으며, 오후 9시쯤 버스를 타고 KBS 본관에 도착했다. 일부 유가족들은 희생된 단원고 학생의 영정사진을 들고 오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김시곤 나와라”를 외치며 한동안 진입을 막는 경찰과 대치하다가 대표 10여명만 진선미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5명의 중재로 오후 11시 35분 건물로 들어가게 됐다.
경찰은 현장에 10개 중대 800여명의 경력을 배치했다.
한편 KBS는 이날 홈페이지에서 “보도국장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여러 차례 해명했다. 당시 점심 식사에 합석했던 부서의 팀장 2명도 보도국장이 그 말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해 줬다”며 “당시 보도국장은 ‘한 달에 교통사고로만 5백 명이 사망하는데 그 동안 이런 문제에 둔감했었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의 충격이 너무 커서인지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것 같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KBS가 교통사고 등 우리사회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보도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사실을 앞서 이미 여러 차례 공식 해명한 바 있지만, 일부 유족들과 일부 언론들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합동분향소 유가족 항의에 대해 “조문을 하는 과정에서 간부들이 일부 유족들에게 대기실로 끌려가 폭행을 당하고 5시간 가량 억류당하는 일이 빚어졌다”며 “불의의 대형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참담함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조문과 유족 위로를 위해 경건한 자세로 분향소를 찾은 공영방송 보도본부 간부들에게 행한 폭행과 장시간 억류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