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유명 사립대 교수가 SNS에 전남 진도 세월호 침몰사고 유가족을 노골적으로 폄하하는 글을 올렸다. 이 교수는 유가족들을 향해 “미개인”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서울 소재 모 대학 김 모 교수는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세월호 주인인가? 왜 유가족은 청와대에 가서 시위하나?”라며 “유가족이 무슨 벼슬 딴 것처럼 쌩 난리친다. 이래서 미개인이란 욕을 먹는 거다”라고 적었다.
김 교수는 최근 세월호 유가족들이 KBS와 청와대를 항의 방문한 것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유가족 120여명은 김시곤 KBS 보도국장이 희생자 수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비교해 발언했다는 소식에 분노, 8일 오후 10시20분 KBS 본관 앞에 도착해 “KBS는 각성하라” “사장과 보도국장 나와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유가족 대표 10여명이 임창건 KBS 보도본부장 등 간부 4명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한 후 9일 오전 청와대로 향했고, 길환영 KBS 사장의 사과와 청와대 관계자 면담 후 해산했다.
김 교수는 유가족들의 분노가 청와대를 향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의 글을 잇달아 올렸다.
그는 이날 “만약 세월호 주인이 대기업이었다면, 유가족들이 그 해당 대기업으로 갈까? 아니면 청와대로 갈까?” “세월호 유가족에겐 국민의 혈세 한 푼도 줘서는 안 된다. 만약 지원금 준다면, 안전사고로 죽은 전 국민 유가족에게 모두 지원해야 맞다. 제 어머님 돌아가실 때도 국가는 장례비와 지원금 한 푼도 주지 않았다. 모든 비용 형제들이 각자 1/N해서 장례 치렀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10일엔 “어제 인천 부평에서 승용차가 버스 들이받고, 인도에 있는 행인 치어 6명 부상. 이것도 대통령이 책임져야 하나?”라고 적었다.
김 교수는 유가족들이 새로 공개한 동영상도 “그냥 봐도 조작 선동”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오후 6시 후반. 일몰시간 몇 분 안 남았고, 그 시간에 세월호 완전 침수돼 있었다. 이 유가족 경찰과 검찰 수사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누가 줬다면 준 짐승 구속시켜야 된다”고 주장했다.
유가족들은 청와대 인근에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던 중 사고 당일인 지난달 16일 오후 6시38분 선체 내 한 학생이 촬영한 것이라며 동영상 파일을 공개했다. 이 동영상에는 학생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나란히 앉아 구조를 기다리는 모습이 담겨 있다.
세월호는 사고 당일 오전 11시18분 선수 일부만 남긴 채 완전 침몰했다. 이 동영상대로라면 세월호가 침몰되고도 7시간이 넘게 일부 승객들이 생존해 있었다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 오류 여부 등에 따라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사고대책본부는 진위 파악에 나선 상태다.
2011년 김 교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는 한 네티즌은 “(유가족들은) 분통하고 억울한 마음이 들어 청와대에 가서 절규를 하고 있는 중”이라며 “가족을 잃어 본 사람은 저들의 절규와 원통함이 얼마나 가슴 아프게 들리는지 아실 거다. 직위에 맞는 언행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11일 통화에서 “나도 어린 친구들 죽은 거 안타까워서 15일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슬퍼했다. 다만 문제의 본질에서 빗겨나 사고 자체를 무조건 대통령더러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비약이라는 의미로 올린 글”이라며 “일부 유가족 뒤에는 정치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다. 그런 세력들을 비판하고자 개인적인 의견을 기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 그래도 몇몇 제자들이 이런 글 올려도 되느냐, 너무 심하다는 걱정을 해서 어제부터 글을 자제하기로 했다”며 “일부 격한 표현들은 개인적으로 쓰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