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배가 기울고 있어. 엄마 아빠 보고 싶어.”
세월호가 침몰하던 지난달 16일 오전 10시17분 선실에서 지상으로 전송된 마지막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이 확인됐다. 해경 경비정이 현장에 도착한 지 무려 47분이나 지난 시점이다. 검찰은 해경이 선실에 갇힌 승객들을 보고서도 구조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12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검경합동수사본부는 해경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 경비정 123정을 타고 현장에 출동한 해경들이 깨진 창문 사이로 승객들이 구조를 기다리는 상황을 보면서도 직접 선내에 진입하는 등 적극적인 구조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에서 구조 동영상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경비정에 탑승했던 해경 14명이 이미 배 밖으로 나온 탑승자들만 구조했을 뿐 선내 진입을 시도하지 않았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검찰은 아울러 세월호 탑승 승객들이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시간대별로 복원했다.
4월16일 오전 9시25분에 학생들은 “해경이 도착했대”라거나 “배가 한쪽으로 기울었는데 계속 가만있으래”라고 보냈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인데도 선내 대기하라는 안내방송만 나온 것이다.
오전 9시37분에는 휴대전화로 침몰 속보를 확인한 학생의 “속보 뜨는데 우리 말하는 건가봐”라는 메시지가 이어졌다.
선장 등 선박직 직원들이 이미 배를 버리고 달아난 오전 10시 이후 카카오톡 메시지가 심각해졌다. 오전 10시에는 “배가 60도 기울었는데 침몰하고 있어”라는 메시지가 전달됐고 오전 10시1분에는 “위쪽으로 떨어진 캐비닛에 옆반 얘들 깔렸어 어떡해. 나는 무릎에 멍 들었어”, 오전 10시15분에는 “기다리래. 기다리라는 방송 뒤에 다른 방송은 안 나와요”라는 메시지가 전송됐다.
배가 이미 90도를 넘어 108도 이상 넘어간 뒤에도 한 학생은 “배가 기울고 있어. 엄마 아빠 보고 싶어. 배가 또 기울고 있어”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검찰은 탑승자들의 카카오톡 메시지와 배의 기울기를 대조하고 해경이 현장 도착 즉시 승객들의 탈출을 도왔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지 분석하고 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