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기획} 가정의 달 ‘아날로그식’ 감사·사랑 표현 많아졌다

[세월호 침몰 참사-기획} 가정의 달 ‘아날로그식’ 감사·사랑 표현 많아졌다

기사승인 2014-05-14 00:54:00
[쿠키 경제] 직장인 이경준(33)씨는 지난 8일 어버이날 고향에 있는 부모님께 선물과 함께 전보를 보냈다. 이씨는 “부모님을 직접 찾아뵙긴 어려운데 이번에도 그냥 전화나 걸고 선물만 보내드리기가 죄송하더라”면서 “그나마 선물과 함께 편지 형태의 전보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니까 마음이 좀 놓였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치 못한 일로 가족을 잃게 된 세월호 참사 이후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 많아졌다. 참사를 계기로 그간 핵가족화와 개인주의 등으로 소홀했던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더 많이 깨닫게 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가족한테는 평상시에 아낌없이 사랑과 격려의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는 생각도 늘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가정의 달을 맞아 ‘아날로그식 메신저’인 전보를 이용하는 사람이 부쩍 늘어났다. 청첩장도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로 전하게 된 세태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KT는 지난달 하반기(16~30일) 선물과 함께 동봉되는 ‘선물전보’ 이용량이 지난달 상반기(1일~15일)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13일 밝혔다. KT에 따르면 이전에는 전보를 거의 이용하지 않았던 20~30대 젊은층들도 선물전보를 많이 이용했다.

대형마트 매출에서도 가족애와 아날로그적인 소비가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롯데마트에서 지난 1~7일 카네이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3.1% 증가했다. 어버이날 직전 이틀인 6~7일의 경우 편지지와 카드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각각 39.5%, 11.3% 더 팔렸다.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이나 밴드 등에 내거는 사진을 자신의 얼굴 사진에서 배우자나 아이, 또는 가족 전체가 찍은 사진으로 바꾸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또 가족 단위로 카카오톡 대화방을 개설하거나 밴드를 만들어 구성원들에게 관심을 드러내는 경우도 많아졌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우울한 분위기에 요란한 여행은 줄어들고 있지만, 가족 단위의 여행은 늘어나고 있다. 특히 가족 단위로 빌리는 리조트는 5월 들어 빈 객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아울러 이마트는 가족끼리 시간을 많이 갖는 추세에 맞춰 최근 ‘가족 먹거리 할인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슬픈 사건을 겪으면서 사회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지만 가족 등 가까운 사람들끼리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전하고 서로 용기를 북돋으려는 움직임이 생겨났다”면서 “이런 분위기는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임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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