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 축구 국가대표 선임 감독들의 애정어린 조언들

[브라질월드컵] 축구 국가대표 선임 감독들의 애정어린 조언들

기사승인 2014-05-20 19:03:00
[쿠키 스포츠] “런던올림픽 때처럼 좋은 성적을 거둬 (세월호 침몰 사고로) 슬프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전해주세요.”

역대 한국축구 대표팀 사령탑들이 홍명보 감독에게 조언과 당부의 말을 건넸다. 이들은 20일 경기도 파주 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역대 감독 오찬 모임’에 참석해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8강에 도전하는 홍 감독을 격려했다. 이 자리에는 김정남(1986 멕시코월드컵), 이회택(1990 이탈리아월드컵), 김호(1994 미국월드컵), 차범근(1998 프랑스월드컵), 허정무(2010 남아공월드컵) 전 감독이 참석했다. 한국의 브라질월드컵 본선 진출에 큰 힘을 보탠 조광래 전 감독도 참석했다.

◇선임 감독으로서의 애정 어린 조언=1985년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최고참 김정남 전 감독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 나갔을 때 많이 떨렸다”며 “이번 대표팀의 그리스 평가전을 보니 충분히 할 수 있는 전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김 전 감독은 “침착하고 주도면밀한 홍 감독이 남은 시간 부족한 부분을 찾아 잘 준비하면 16강 이상의 성적을 낼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아시아의 호랑이’ 이회택 전 감독은 “홍 감독은 지능과 덕을 모두 갖췄다”며 “선수 선발 과정에서 말들이 많았지만 마지막까지 잘 준비해 시국이 어려울 때 좋은 결과를 가져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어 “선수들이 부상당하지 않게 하고 컨디션을 100% 끌어올리는 게 홍 감독의 임무”라며 “베스트 11 대부분이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어 유럽과 남미 선수들에 대한 두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홍 감독에게 힘을 실어 줬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쾌거를 달성한 허정무 전 감독은 “홍 감독을 절대적으로 믿고 있다”고 힘을 보탰다. 그러면서 “선수들은 심리적인 면에서 자신을 이겨야 하며 패배와 상대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편안하고 유쾌한 마음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선임 사령탑들의 격려와 당부를 들은 홍 감독은 “선배 감독님들의 희생이 없었으면 후배들이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기회가 없었을 것”이라며 “오늘 주신 조언을 명심하고, 후회 없는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남은 기간 잘 준비하겠다”고 화답했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술적 조언=선임 감독들은 홍 감독에게 전술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김호 전 감독은 “현 대표팀의 가장 취약한 부분은 수비 전환이 늦다는 것”이라며 “현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나 FC 바르셀로나(이상 스페인)의 경기를 보면 전진 압박이 상당히 빠르다”고 말했다. 김 전 감독은 “수비나 공격 전환이 늦어지면 실수를 해서 실점을 많이 당할 것”이라며 “전방에서 5∼10m씩 따라가려고 생각하지 말고 단 2m라도 지연시켜 주면 수비가 정돈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충고했다.

한국축구에 ‘패싱 축구’를 도입했다는 평가를 받는 조광래 전 감독은 “미드필드 지역에서 볼 소유 시간을 많이 갖는 팀이 좋은 경기를 한다”며 “우리가 볼 소유시간을 늘려 가면 상대는 이기려고 달려들 것이기 때문에 좋은 기회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실점하는 과정을 보면 30%는 상대의 실력 때문이지만 70%는 수비진의 포지션 선정 실수 때문”이라며 “그런 부분만 잘 준비한다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허정무 전 감독은 “현 대표팀 선수들은 나이가 젊지만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하다”고 전제했다. 허 전 감독은 “미드필더진이 강한 게 우리 대표팀의 장점”이라며 “공수 세트피스를 보완하고 슈팅을 가다듬는다면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공격력 강화를 주문했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 처음으로 참가한 한국은 멕시코월드컵부터 당당히 강호들과 겨루며 2002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썼다. 이어 남아공월드컵에선 첫 원정 16강 진출의 쾌거를 달성했다. 한국축구 성장의 밑거름이 됐던 전임 사령탑들은 홍 감독에게 새 역사를 기대하고 있다. “홍 감독, 단디(제대로) 하이소!”라는 조광래 전 감독의 당부엔 국민들의 염원이 실려 있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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