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김기춘 특수관계?… 책임총리 가능할까

안대희 김기춘 특수관계?… 책임총리 가능할까

기사승인 2014-05-26 01:12:00
[쿠키 정치] “나더러 사심 없다고들 하시는데, 나는 정치인 되기 전의 김기춘 전 검찰총장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는 2012년 대선 때 기자들과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삼고초려(三顧草廬) 끝에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으로 안 후보자를 ‘스카우트’했다.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자의 좋은 평판이 화제가 됐다. 여당에선 “정치개혁에 딱 맞는 인물”이라 싱글벙글 했다. 야당에선 “청렴하고 강단 있는 사람을 빼앗겼다”고 한탄을 하던 상황이었다.

이처럼 안 후보자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평소 존경해왔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참 선배인 검사로서 김 실장이 보여줬던 치밀함과 가족도 돌보지 않을 정도의 사명감 때문이었다. 김 실장 역시 안 후보자를 누구보다 아끼는 ‘후배 검사’로 생각해 왔다. 정홍원 총리가 세월호 참사 수습과정에서 무능력함을 드러낸 뒤 사의를 표명하고 박 대통령이 이를 수리하기로 결정하자, 김 실장은 제일 먼저 차기 총리로 안 후보자를 천거했다는 전언이다. 박 대통령이 안 후보자를 낙점하는 데 있어 일등 공신이었던 셈이다.

박 대통령의 복심(腹心)이 안 후보자로 결정되자, 김 실장은 직접 안 후보자를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고사하는 안 후보자를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안 후보자와 김 실장은 서로를 아끼는 사이다. 후배를 아끼는 선배와 선배를 존경하는 후배 의 우정이 여전히 두 사람 사이에 흐르고 있다. 강하게 자신의 소신을 밀고나가는 ‘칼잡이=검사’의 직업윤리를 공유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 밖에도 공통점은 많다. 서울대 법대를 다닌 PK(부산·경남) 출신 인사이고, 두 사람 모두 내로라하는 ‘특수통’ 검사로 명성이 자자했다.


문제는 두 사람의 이런 관계가 차기 총리와 청와대 비서실장 사이에도 바람직하게 작용할 수 있을지 여부다. 안 후보자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본인 스스로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됐듯이 ‘책임 총리’다. 대통령의 지시만 기다리는 수동적 총리가 아니라, 대통령보다 먼저 국정 문제점을 파악하고 메스를 가하는 능동적 총리 말이다. 그래야만 세월호 침몰사고로 드러난 공직사회의 적폐를 청산하고 국가 대개조 차원의 개혁 작업에 나설 수가 있다. 그런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처럼 중차대한 임무를 수행해야 할 안 후보자가 과연 김 실장으로부터 완전하게 독립하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력 서열상 아래인 김 실장이 ‘검사 후배’인 안 후보자의 내각 운영에 직·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벌써 야권은 이를 염두에 둔 듯 일제히 김 실장에 대한 공격 포문을 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대변인은 전날인 24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의 안 후보자 지명 등에 논평하며 “핵심이 빠진 반쪽짜리 인적 쇄신”이라고 했다. 한 대변인은 “국민이 분노한 것은 불통 대통령과 불통 청와대 때문”이라며 “그 중심에 있는 김 실장을 바꾸지 않는 것은 기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 후보자는 이런 염려와 비판에 아랑곳없이 일요일인 25일에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 조만간 진행될 국회 인사청문 절차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오전 9시45분 출근하면서 10여명의 취재진을 만나자 “주말인데 고생이 많다”고 인사하는 여유도 보였다. 5개월간 수임료 16억원을 벌어들였다는 질문에 대해선 “열심히 준비하겠다”고만 답했다.

그는 총리실 김희락 정무실장과 이석우 공보실장으로부터 청문회 준비사항과 절차, 국회에 제출할 임명동의안 요청 구비서류 준비 등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박 대통령은 26일 안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요청서를 국회에 보낼 계획이다. 요청서에는 재산과 납세, 병역 등 안 후보자의 개인 신상에 대한 내용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각종 증빙서류들이 첨부된다. 총리실 관계자는 “오늘까지는 주로 서류 준비 업무를 했고, 내일부터는 (안 후보자가) 총리 업무 전반 등에 대한 정책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신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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