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2위’와 ‘황제’의 동거…다음-카카오, 태풍일까 미풍일까

‘부끄러운 2위’와 ‘황제’의 동거…다음-카카오, 태풍일까 미풍일까

기사승인 2014-05-26 11:02:02

[쿠키 IT] 국내 2위 포털업체 다음커뮤니케이션(다음)이 국내 모바일 메신저의 ‘황제’ 카카오톡(카톡)을 운영하는 카카오를 흡수·합병했다. 이에 따라 국내 IT시장은 ‘카카오톡·다음’과 ‘라인·네이버’가 맞붙는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이번 양사 간의 결합은 카카오의 우회상장을 위해 다음이 카카오를 흡수하는 형식일 뿐, 실제로는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하는 모양새다. 현재 다음의 대주주인 이재웅 전 대표(창업자)의 지분율은 14.1%에 불과하지만, 통합업체가 될 ‘다음카카오’에서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30%가 넘는 지분율로 대주주가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다음은 ‘부끄러운 2위’였다. 2위라고는 하지만 1위 네이버와의 점유율 격차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마지막 주 코리안클릭 기준 검색 점유율은 네이버가 75.09%, 다음이 20.27%로 3배가 넘게 차이가 났다.

무대를 모바일 검색으로 옮기면 다음의 고전 양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네이버 추격은커녕 구글의 비상에 허덕대는 처지다. 구글은 올해 2월 1주차에 모바일 검색 점유율 11.60%로 11.53%를 기록한 다음을 처음으로 역전했다.

다음의 카카오 흡수는 미래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 양 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서는 검색·콘텐츠의 주된 무대가 PC에서 모바일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2위 자리마저 위태롭기 때문에 강력한 플랫폼이 필요했고,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 점유율 90%대를 자랑하는 카카오톡이 제격이었던 것이다.

카카오 역시 메신저와 게임 외에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킬러콘텐츠’가 없는 상황에서 다음의 검색 네트워크 등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미송 현대증권 연구원은 “크게 보면 다음이 성장 동력을 얻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모바일 플랫폼이 취약하다는 약점을 보완할 수 있게 돼 다음과 카카오 모두 윈윈게임”이라고 평가했다.

안재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상당히 긍정적인 시너지가 예상된다”며 “지난 10여년간 지속해온 네이버의 국내 포털시장의 영향력을 상당 부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라인이 네이버 검색·콘텐츠와의 결합 효과를 내지 못하고 국내 시장에서 카톡을 전혀 추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특히 카카오톡의 새로운 수입원인 게임에는 오히려 다음과의 합병이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엄연히 게임업체를 자회사로 둔 다음이 카카오톡 플랫폼을 가진 카카오와 합병한다면 게임업체들은 불안감을 느낄 것”이라며 “카카오가 최근 게임업체들과 마케팅이나 가격 정책 등을 협의하면서 다소 고자세를 취해 ‘탈(脫) 카카오’ 움직임이 있는 상황에서 이런 움직임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