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 “관객은 가만있지 않았고, 직원은 맨나중에” 고양터미널 화재 속 영화관은…

[증언] “관객은 가만있지 않았고, 직원은 맨나중에” 고양터미널 화재 속 영화관은…

기사승인 2014-05-26 16:31:00

[쿠키 사회] 26일 아침 조조 영화를 보던 관람객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관람객 중 한 명은 매캐한 냄새를 맡고 뛰쳐나가 방화셔터가 내려오는 것을 목격한 뒤 즉시 영화관으로 돌아와 “다 나오세요!”라고 외쳤다. 직원들은 관객들을 비상계단으로 대피시킨 뒤, 화장실까지 점검한 후 마지막으로 현장을 벗어났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종합터미널에서 난 화재로 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이 건물 고층에 입주한 메가박스에선 사상자가 나오지 않은 이유다. 세월호 침몰 참사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세월호 때문에 이런 당연한 일을 기사로 써야 하는 현실이다.

고양종합터미널의 5층에서 7층까지 3개 층에는 메가박스 백석점이 입주해 있다. 오전 9시2분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영화관에는 2편의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고, 1편은 상영 준비 중이었다. 가족과 함께 오전 8시40분부터 영화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을 보던 일산 시민 김모(48)씨는 갑자기 비상구 조명이 점등되는 것을 목격했다. 극장 안이 조금 환해진 후 김씨는 “소리 안나는 경광등도 들어왔다”고 했다. 느낌이 이상했던 회사원 김씨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김씨는 곧바로 복도로 나가보았다. 매캐한 냄세가 느껴졌다. 복도엔 방화셔터가 서서히 내려오고 있었다고 했다. 화재 사실을 직감한 김씨는 바로 영화관으로 돌아와 스크린 앞에서 가족과 관객들에게 외쳤다. “나와. 다 나와. 다 나오세요.”

김씨는 관객들과 함께 복도로 나온 후에야 직원들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또 상영관을 벗어날 때까지 영화는 계속 상영되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영화관에서 사상자가 나오지 않아 다행이지만, 직원들이 우왕좌왕한 느낌을 받았다”라며 “발화 지점과 상영관이 떨어져 있어서 다행이었다”라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목격자 김씨 말대로 극장 측이 상영을 즉시 중단한 것은 아니지만, 화재 사실이 확인되자 직원들은 50여명의 관객들을 모두 비상계단으로 대피하도록 유도했다. 직원들이 현장을 떠나기전 마지막까지 확인한 지점은 화장실이다. 메가박스 본사는 오전 9시 10분쯤 백석점으로 연락해 대피 상황을 체크했다. 다른 층에선 화장실에서 인명피해가 났지만, 영화관에선 없었다.

평소 주기적인 대피 훈련도 있었고, 무엇보다 한 시민의 재치있는 외침이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가만히 있으라’가 아닌 ‘다 나오세요!’란 외침이었다.

사진=고양종합터미널 화재 발화 추정지점 인근에서 26일 소방대원들이 감식 작업을 벌이고 있다. 고양=국민일보 쿠키뉴스 강희청 기자

글=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동우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우성규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