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희생자 유가족 10여명은 27일 현장감식 현장을 찾아 정부에 강력히 항의했다. 사고 발생 하루가 지났지만 사고 원인은 물론 수사 진행상황, 장례 절차 등에 대한 안내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화재가 발생한 지하2층 매장 주인인 CJ푸드빌 역시 유가족 앞에 모습 한 번 드러내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직후 유가족을 외면했던 청해진해운과 정부의 모습이 ‘판박이’로 재연되고 있는 셈이다.
이번 화재로 사망한 KD운송그룹 고양터미널 이강수 지사장의 유족들은 사고 이후 지금까지 이씨의 사망진단서만 건네 받았을 뿐이다. 동생 용철씨는 “아버지가 병원 도착 전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는 사실도 기자가 알려줬다”며 “경찰도 소방당국도 고양시도 모두 ‘아무 것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유족들은 이씨의 부검결과가 나올 때까지 장례를 미루기로 했다.
국민일보가 직접 관련 기관에 유가족 지원 정보를 확인해보니 돌아오는 건 온통 ‘떠넘기기’식 대답뿐이었다. 일산소방서 관계자는 “우리는 유가족 대응을 하지 않으니 고양시 안전총괄과에 연락하라”고 했다. 고양시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유가족에게 설명하는 것은 우리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가 다시 전화를 걸어와 “병원마다 유가족 대응을 위해 교육받은 직원 2명을 파견했다”며 말을 바꿨다. 그러나 병원에 나와 있던 시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안전총괄과에서 왜 그런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다. 처음 듣는 얘기”라고 말했다.
아비규환 속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나온 이성영(78)·신복자(72·여)씨 부부 가족은 병원에 모습도 비치지 않는 CJ푸드빌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씨 부부는 각각 화장실, 매표소 인근에서 구조돼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다. 가족들은 이씨를 신씨가 있는 병원으로 옮기려 했지만 병원 측이 “병원비를 내야 이송이 가능하다”고 말하면서 고성이 오갔다. 아들 규윤씨가 “CJ푸드빌 공사장에서 화재가 나 무고한 사람들이 죽다 살았는데 지금 병원비까지 부담하라고 하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가족들은 27일 오전까지 정부나 CJ푸드빌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화재 원인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를 확인한 후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최봉순 부시장 등 고양시 관계자들은 유족들의 불만이 깊어진 이날 오후에서야 희생자들과 부상자들이 입원한 병원들을 방문했다.
경찰은 발화지점에서 작업하던 근로자와 건물 관리자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하는 한편 숨진 7명에 대한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키로 했다. 이번 화재로 7명이 숨지고 58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부상자 2명은 위독한 상태다. 고양=
고양=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