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세계 최고 수준의 저널리즘을 보여주는 뉴욕타임스. 현재 미국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제너럴모터스(GM)와 전쟁 중입니다. GM은 지난 2월 160만대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1350만대를 리콜했습니다. 원인은 차량점화장치 및 에어백 결함 등입니다. GM은 이 결함을 2001년 알고도 13년간 쉬쉬해온 것으로 드러나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또 차량결함으로 인한 교통사고에서 13명의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차량 결함으로 인한 최종 사망자수를 알 수 없다”면서도 “13명보다는 훨씬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타이밍에서 뉴욕타임스는 27일자 1면 톱으로 “13명의 죽음, 말할 수 없던 고통, GM으로부터(13 Death, Untold Heartache, From G.M. Defect)”란 헤드라인 기사를 썼습니다. 수년동안 자신의 과실인 줄 알고 교통사고 사상자들에 대한 죄의식을 가지고 살던 사람들, 혹은 사망자들의 가족들이 진상 규명을 위해 겪었던 고통을 다룬 것입니다. 바이라인에 등장하는 기자는 모두 6명입니다.
제가 주목한 건 기사를 풀어가는 앞부분입니다. 번역하면 이렇습니다.
<지난 10년의 대부분을, 캔다이스 앤더슨은 남자친구의 죽음에 대한 침묵의 죄의식으로 지냈다. 남친은 2004년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고, 앤더슨은 그때 운전대를 잡았다. 사고 직후 앤더슨의 몸에선 신경안정제 자낙스의 흔적이 발견됐고, 곧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그녀의 나이 21살 때다.
앤더슨은 이제 결혼해 엄마가 됐다. 그는 옛 남친의 무덤가를 계속 찾았다. 깨끗한 옷을 차려입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나뭇잎을 쓸어냈다. 남친의 생일이면 금테를 두른 데이지꽃을 놓았고, 크리스마스엔 미니어처 트리를, 사고난 날을 새긴 돌도 묘지에 두었다.
“사고는 나를 완전히 파괴했어요.” 앤더슨은 남친 진 미카일 에릭슨의 죽음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항상 궁금했어요. 사고가 진짜 제 책임일까요?”
지난 주 앤더슨은 알게 됐다. 자신의 책임이 아니란 걸.>
기사는 이후 사고 책임이 앤더슨과 같은 사람들 탓이 아니라 GM이 만든 차량 결함임을 설명합니다. GM 창사 이래 최대 리콜이란 사태를 맞아 뉴욕타임스가 보여주는 스토리. 후속보도가 쏟아지는 가운데에서도 두드러지는 탐사보도의 열정을 함께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13 Death, Untold Heartache, From G.M. Defect
사진=NYT 5월27일자 1면
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