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명언] 한 장의 사진이 6·4 지방선거 서울시교육감 선거판을 흔들고 있습니다. 지난 27일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악수하는 장면입니다.
고 후보는 “오늘(27일) 저녁 양천구 목동 축제의 거리에서 유세를 하다가 우연히 안철수 의원을 만났습니다”라며 “아주 짧은 순간 악수를 나누고 사진 한 장 찍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어 “반가웠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고 후보는 진짜 반가웠을 겁니다.
당장 새정치연합 우원식 최고위원이 반발했습니다. 그는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게 무슨 사진인가. 고승덕 교육감 후보와 안 대표가? 도대체 알 수가 없다”라고 했습니다. 이어 “빨간 색깔의 정체성인 후보에게 우리당 대표가 이럴 수 있나? 선거 시기에 이런 사진은 봐도 처음 본다”라고 했습니다. “기가 막히다”란 발언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한 표라도 더 얻으려 24시간 지원활동을 하면서 발견했을테니 그럴법도 합니다.
그러자 새정치연합 한정애 대변인이 논평을 내고 진화에 나섰습니다. 한 대변인은 “현재 SNS 상에 안철수 대표와 서울시교육감에 출마한 고승덕 후보의 함께 찍은 사진이 악용되고 있다”라며 “양천지역 선거지원 중에 오다가다 조우한 것으로 특별히 의미있는 사진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어 한 대변인은 “편협하고 극단적인 언행으로 과연 교육현장을 맡길 수 있는 인물인가 의구심이 드는 고승덕 후보를 지지하지도, 함께 할 생각도 없음을 분명히 밝혀 드린다”고 강조했습니다. 야권 성향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를 배려한 것으로 강도가 좀 센 논평입니다.
정치인들은 선거 기간에 마주칠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현장을 뛰면서 지지를 호소하게 되니까요. 그럴 때 사진 한 장 같이 찍는 여유, 그것마저 없다면 너무 살벌합니다. 뺄셈의 정치가 아닌 덧셈의 정치는 아직 먼 이야기인가 봅니다.
몇 시간 뒤 우 최고위원은 다시 트윗글을 올렸습니다. 우 위원은 “안철수 대표의 악수 트윗을 지웠습니다”라며 “제가 트윗을 올린 것은 안 대표를 비난하고자 함이 아닙니다”라고 했습니다. 또 “선거 시기란 매우 예민한 시기여서 조희연 후보와 지지자들이 느낄 섭섭함과 갈등을 걱정해서 입니다”라며 “논란 과정에 충분히 해명되어 트윗을 내립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본래의 성찰을 되찾은 우 최고위원의 글에서 진정성이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고승덕 후보가 안철수 대표와 찍은 사진을 올려 100% 재미만 본 건 아닙니다. 이런 댓글도 있습니다. 비상식적이라 차마 옮기기 싫어 아래 촬영한 것을 보여드립니다. 이 코너 이름이 [댓글 명언]인데요. 오늘 만큼은 [댓글 망언]이라고 해야 할 듯 합니다. ‘미개한’ 한국정치 수준이 얼마나 높아져야 ‘종북좌파’ 마구 가져다 붙이기가 사라질까요?
사진=고승덕 페이스북, 우원식 트위터
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