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세월호 실종자 숫자가 16명에 머문 지 아흐레째를 맞고 있는 30일, 전남 진도 침몰 현장에서 바다 속을 수색하고 있는 정경완 민간잠수사는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사고발생 45일째, 그동안 수색 현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물 속 세월호 5층 깨진 창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는 시신이 발견됐을 때라고 했다. 정 잠수사는 “마지막 실종자를 다 찾을 때까지 (중략) 계속 국민들께서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당부했다.
정 잠수사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면서 두 가지 안타까웠던 기억이 남았다고 했다. 먼저 세월호 침몰 현장에 조카를 찾으러 온 동료 민간 잠수사 이야기다. 그는 “같은 민간잠수사 분이셨는데, 조카가 실종이 돼서 찾다가 못 찾고 가시면서 “우리 조카가 어느 방에 머물고 있으니까 제발 그 방에 꼭 들어가서 우리 조카 좀 제발 꺼내주라” 이렇게 부탁했을 때”라고 했다. 정 잠수사는 “그때 굉장히 마음이 좋지 못했다”고 기억했다.
두 번째는 필사의 순간 세월호 5층에서 원형 형태의 두꺼운 유리를 머리로 깨고 나오다가 그대로 배와 함께 바다 속으로 들어간 시신을 찾았을 때로 꼽았다. 정 잠수사는 “5층에 동그란 창이 있다”라며 “빠져 나오지 못하고, 사람크기 만한 창이 있는데요. 그 창으로, 창이 깨진 상태에서 머리를 내밀고 있는 시신이 있다는 전달을 받았을 때, 그런 무전을 받았을 때 마음이 많이 무거웠죠”라고 말했다. 정 잠수사는 “저희가 직접 깬 창이 아니었다”라며 “그래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했다.
남은 세월호 실종자들의 위치에 대해 그는 “선미 쪽에 있지 않을까”라고 추측했다. 그는 “선수, 그 다음 중간은 수색하기가 수월해 여러 번 반복해서 수색을 마쳤다”라며 “다만 선미 쪽에 격실이 좀 무너져 내리거나 안에 있는 집기들이 한쪽으로 몰려서 쌓여 있는 곳들이 많아서 진입하지 못한 격실도 있다”고 했다. 배가 기울며 가라앉을 때 제일 먼저 물속으로 처박힌 배 뒷머리 쪽 집기와 함께 남은 실종자들이 뒤섞여 있을 것이란 추정이다. 이 때문에 잠수사들은 선체를 절단해 가면서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정 잠수사는 가장 힘든 일로 “정신적인 부분들”이라고 했다. 그는 “자다가 꿈을 꿨는데 물 속에서 자꾸 저를 알 수 없는 힘이 끌어당긴다”라며 “실종자들을 발견해서 밖으로 모시고 나올 때 그게 뇌리에 많이 남는다”라고 말했다.
정 잠수사는 “그래도 역시 버텨야 한다”라며 “저희보다 더 힘든 가족들도 계신다”라고 했다. 정 잠수사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국민에게 당부하는 것은 딱 하나였다. ‘기억’이다.
“지금 이 순간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이 안타까운 일에 대해서 잊지 않고 같이 아파하고, 같이 울어주고, 마지막 실종자를 다 찾을 때까지 격려도 해 주고, 기억해주시면 실종자 가족들이나 또 여기에서 고생하는 잠수사들에게 힘이 될 거고요. 계속 국민들께서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진도=국민일보 쿠키뉴스 곽경근 선임기자, 국민일보DB
글=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