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후보는 1일 오후 서울 을지로 선거캠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모든 것이 내 부덕의 소치이지만 이제 모든 걸 내려놓고 진실을 얘기해 여러분께 판단 받아야 겠다”고 운을 뗐다.
고 후보는 “저는 아시다시피 포스코 전 회장이자 정계의 거물인 박태준 회장의 둘째 사위였다”면서 “한국에서 아이들을 키우길 바라는 저와 미국시민으로 자라길 바라는 전처 간의 갈등이 있었다. 전처는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를 입학했는데도 한글도 안 가르쳤고, 한국 교육시스템에선 아이들을 못 키운다며 미국 가서 살 것 만을 종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러던 중 1998년 전처가 돌연 내가 아이들을 잘 키우겠다며 양육권을 달라고 한 뒤 일방적으로 미국으로 떠났다”며 “아이들이 그 과정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으며 저 또한 재력과 권력을 가진 집안의 딸에게 자식을 빼앗겨 많은 슬픔을 겪었다”고 말했다.
고 후보는 “전 1992년 귀국 후 2010년 한 차례 하와이에 간 것 외에 미국 땅을 밟은 적이 없다. 미국에서 석·박사에 변호사 생활까지 한 사람이 20년 넘게 미국본토를 밟지 않았다는 것이 의아하겠지만, ‘미국이 얼마나 대단한 나라길래 내 아이들을 빼앗아 갔나’라는 생각에 가지 않았다”면서 진보 진영 조희연 후보가 제기한 미국 영주권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고 후보는 “아이들이 몇 년에 한 번씩 한국에 들어올 땐 만났다.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딸과도 가끔씩 전화나 카톡 메시지를 주고 받은 적이 있다”며 전혀 연락이 없었다는 딸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딸은 이 정도로 만족을 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저는 이혼 과정에서 부부 공동명의로 된 아파트를 넘겨주고 빈털터리가 됐다”면서 “이후 전처는 뉴저지에 콘도 2채를 사서 언론에 오르내리기도 했고 한남동 유엔빌리지에 호화주택을 매입하기도 했다. 1993년 당시 박 회장은 360억원의 재산으로 63억의 증여세를 낸 바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전 1990년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다가 3일 만에 반납한 적이 있다”면서 “당시 집권여당 자민련의 총재였던 박 회장 측의 회유와 압력으로 인해 기자회견장에 납치당하다시피 끌려왔다. 처가가 사위에게 신변 위협을 하는 영화와도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고 후보는 “그리고 지금 서울시교육감에 출마했고 선거 막바지에 딸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또 딸이 글을 올리기 전 (서울시교육감 상대 후보인) 문용린 후보에게 박 회장의 아들이 전화를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면서 “페이스북에는 아이들의 이모, 사촌 등이 격려 글을 올리고 있다. 난 지금 이 상황이 전혀 낯설지 않다”고 말했다.
고 후보는 “문 후보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그 부분도 마저 말씀드리겠다”면서 “문 후보를 추대한 올바른교육감전국회의의 실무책임자이면서 현재 문후보 캠프를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이희범 사무총장(공교육살리기 학부모연합)이 4일 전부터 여러 보수 시민단체 사람들에게 ‘고승덕은 교육감이 절대로 안됩니다. 큰 문제가 나오기 때문에 절대로 안됩니다’라고 여러차례 말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박 회장의 아들이 문 후보에게 전화한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문 후보와 박 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같은 시기에 교육부장관과 총리로 재임했고, 박 회장 사망 시 문 후보가 장례위원을 맡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희경씨가 페이스북에 자신에 대한 글을 올린 것이 박 회장 일가와 측근의 ‘계획적 야합’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희경씨는 31일 “(고 후보는) 자식들 교육을 방기한 사람으로 교육감이 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고 후보는 1984년 수원지방법원 판사 재직 당시 박 전 회장의 둘째 딸과 결혼해 1남 1녀를 뒀다. 그는 2002년 이혼한 뒤 2004년 한 일간지 문화부 기자와 재혼했다.
한편 문 후보 측은 “고 후보가 반성하지 않고 자신의 부덕을 공작정치로 몰아가고 있다”며 2일 오전 명예훼손 혐의로 고 후보 측을 상대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올바른교육감전국회의도 “고 후보가 거론한 이희범씨가 올바른교육감전국회의의 실무책임자가 아닐 뿐 아니라 실무추진단이 발족한 3월 12일 이후 단 한 차례도 실무추진단의 구성원으로 활동한 바 없음을 밝힌다”면서 “허위사실을 공표해 유권자들의 표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고후보의 기자회견에 대해 법적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 후보 측은 논평에서 “교육감 선거가 정책 대결의 장이 아니라 지극히 비교육적인 공방으로 번지고 있어 심심한 유감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