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세인트루이스대학 훈련장. 홍명보(45)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홍명보호’의 미국 첫 전지훈련은 긴장감 속에서 진행됐다. 태극전사들은 무더운 날씨 속에서 힘든 훈련을 치렀지만 지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시차와 날씨에 빨리 적응해야 되겠다는 독기가 엿보였다.
◇“수비 조직력 정비가 급선무”=홍 감독은 훈련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중요한 훈련의 첫날인 만큼 수비 조직력부터 다지겠다”고 밝혔다. 가장 중점을 둔 전술은 공수 간격 조절과 패스 차단이었다. 코칭스태프는 그라운드 터치라인 좌우에 여러 색깔의 깃발들을 꽂아 놓고 그라운드에는 11개의 콘을 세웠다. 골키퍼들과 발등을 다친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를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 유기적으로 자리를 옮기며 상대 선수를 압박하는 훈련을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홍 감독은 선수들에게 더 빨리 이동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수비 조직력 훈련을 마친 대표팀은 공격 패턴 훈련에 나섰다. 두 팀은 공격과 수비 역할을 번갈아 맡으며 미드필드에서 좌우 측면을 통해 공격을 이어가는 플레이를 반복했다. 수비를 맡은 팀은 간격 조절과 패스 차단에 신경을 쓰며 상대 팀의 공격을 막았다. 러시아가 공간을 파고들어 측면으로 공을 빼는 형태의 공격에 능한 만큼 이를 차단하기 위한 훈련이었다.
30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 속에서 2시간 동안 강도 높은 전술 훈련을 마친 선수들은 저녁으로 김치찌개를 먹었다. 김형채 조리장은 시차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질 것을 염려해 처음으로 김치찌개를 준비했고, 선수들은 매콤한 김치찌개를 먹고 피로를 풀었다.
◇“힘든 훈련 이겨 내겠다”=‘홍명보호’의 원톱 스트라이커 박주영(29·아스날)은 전지훈련 첫날 골 욕심을 나타냈다. 박주영은 첫 훈련을 소화한 뒤 “(나는) 공격수이기 때문에 골을 넣어서 팀에 도움이 되면 좋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며 “힘든 훈련을 잘 견뎌내고 이겨 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 시즌 막판 봉와직염을 앓은 박주영은 현재 몸상태에 대해 “최정상일 때와 비교하면 80% 수준”이라며 “앞으로 열흘 정도 운동하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조별예선 1차전 상대인 러시아에 대해선 “러시아의 경기 영상을 보고 있다”며 “조직력이 좋고 신체 조건도 뛰어나지만 우리의 장점을 살려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홍명보호의 주장 구자철(25·마인츠)은 “홍 감독님이 공격 전개의 자연스러움과 높은 완성도를 강조한다”며 “이런 전술의 중심은 기성용이 맡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섀도 스트라이커로 활약할 예정인 구자철은 “기성용과 맞춰 온 공격 전개 패턴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불필요한 볼 터치를 줄이려면 서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성용(25·선덜랜드)은 “수비진에서 볼을 받아 공격을 전개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며 “볼을 소유했을 때 선수들이 하나로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키 1m96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26·울산)은 “홍 감독님이 오늘 수비를 강조했는데 수비 때의 압박, 위치 선점, 역습 등을 많이 준비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마이애미=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