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타 지역 지방선거 후보 문자메시지가 왜 내게?” 알아보니…

[친절한 쿡기자] “타 지역 지방선거 후보 문자메시지가 왜 내게?” 알아보니…

기사승인 2014-06-03 19:34:01
“저 OOO는 OO의 교육을 혁신하고…”

며칠 전 문자메시지가 하나 왔습니다. 지방의 한 교육감 후보 선거운동이었습니다. 이상했습니다. 전 서울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후보는 자신의 당선에 도움도 줄 수 없는,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유권자에게 한표를 호소한 겁니다. SNS를 보니 저와 같은 사연을 가진 네티즌들의 불만 글이 많이 보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기로 마음 먹고 일단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운동 문자메시지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다만 문자메시지를 해당 후보가 출마하는 지역의 유권자들에게만 보내야 하는지 여부는 공직선거법 상에 규정 자체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후보들이 대중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있느냐’는 질문에 “공직선거법에선 개인정보 수집 방법은 거론하지 않는다. 그건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다룬다”고 대답했습니다.

확인해보니 이 관계자의 말은 맞습니다.

공직선거법에서 선거운동 문자메시지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건 ‘제82조의5(선거운동정보의 전송제한)’입니다.

여기서는 후보가 선거운동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 지켜야 할 몇 가지 원칙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전송의 범위, 전화번호 수집 방법에 대한 건 내용 자체가 없습니다.

이번에는 해당 후보의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난 서울 사람인데 거기서 제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어봤습니다.

사무실 관계자는 “자세한 건 모르고 ‘업체’를 통해 개인정보를 수집했다”고 대답했습니다. 어떤 업체냐고 재차 물어보니 휴대전화 번호를 하나 불러주며 “이름은 모른다. ‘O선생’이라고 부르는 분인데 여기다 전화를 해봐라”라고 말해줬습니다.

O선생과 통화가 됐습니다. 이 분 알고 보니 A여론조사기관의 대표였습니다. 사무실 관계자가 말한 업체가 여기였나 봅니다.


그는 타 지역 유권자에게 문자메시지가 전송된 것에 대해 “입력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개인정보를 어떻게 수집하느냐고 묻자 “지인들을 통해 받았다”고 합니다. 어떤 지인이냐고 묻자 명확하게 대답을 안 합니다.

그런데 재차 묻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한마디가 흘러 나왔습니다. 인식을 하고 말한 건지, 무의식 중에 나온 건진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OOO 후보 쪽에서도 좀 받았고요.”

O선생이 말한 OOO는 제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교육감 후보의 같은 지역, 같은 당 도지사 후보입니다. 같은 당 후보끼리 대량의 개인정보를 돌려 본 겁니다.

이제 개인정보보호법을 확인해 봤습니다. 개인정보의 수집에 대한 내용을 다룬 부분은 ‘제15조(개인정보의 수집·이용)’입니다. 이건 전문을 써보겠습니다.

‘① 개인정보처리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며 그 수집 목적의 범위에서 이용할 수 있다. 1.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 2.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3. 공공기관이 법령 등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4. 정보주체와의 계약의 체결 및 이행을 위하여 불가피하게 필요한 경우 5. 정보주체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상태에 있거나 주소불명 등으로 사전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로서 명백히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급박한 생명, 신체, 재산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6.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 이 경우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과 상당한 관련이 있고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한한다.’

‘② 개인정보처리자는 제1항제1호에 따른 동의를 받을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정보주체에게 알려야 한다.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이를 알리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1. 개인정보의 수집·이용 목적 2. 수집하려는 개인정보의 항목 3. 개인정보의 보유 및 이용 기간 4. 동의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 및 동의 거부에 따른 불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그 불이익의 내용.’

여기에 따르면 개인정보를 지인이나 같은 당 후보에게 받아 동의 없이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건 불법입니다.

굵직한 개인정보 유출 소송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문을 구했습니다. 그는 검토 후 “개인정보보호법 상으론 선거운동 문자메시지는 보내면 안 될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이 변호사는 오히려 “의식을 못하고 있었는데 이제 보니 이거 소송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행위 자체는 법적인 문제가 없는데 그 행위에 필수적인 준비 과정은 법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다분합니다. 선관위도, 행위의 주체인 후보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합니다. 선거운동 문자메시지, 이건 도대체 뭡니까.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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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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