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세인트토머스대학 축구장. 훈련을 끝내 태극전사들이 공동취재구역으로 들어서자 금발의 두 미국 여성이 이들을 맞았습니다. 둘은 2014 브라질월드컵 가이드북과 매직팬을 선수들에게 들이밀더군요. 사인을 해 달라는 뜻이었습니다. 선수들은 가이드북에 있는 자신들의 사진에 사인을 했습니다. 이날은 태극전사들이 이곳에서 훈련하는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한 여성은 이 대학 여자 축구팀의 미셸 스미스(39) 감독이었고, 로타 바르티아(30)라는 여성은 이 축구팀에서 활약하던 선수 출신이었습니다. 스미스 코치는 축구선수들의 스티커를 모으는 게 취미인데, 김보경을 제외한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 스티커를 모두 가지고 있다더군요.
스미스 코치는 “한국 대표팀이 마이애미에 온 이후 매일 훈련을 지켜봤다”며 “브라질월드컵 H조에서 한국과 러시아가 16강에 진출할 것 같다”고 전망했습니다. 이 대학 남자 축구부의 펠릭스 매츠(40) 감독도 “러시아 다음으로 강한 팀은 한국이며, 그 다음은 벨기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 대표팀은 조직력이 좋아 보이고 스피드가 빠르다”며 “선수들의 기술과 움직임이 뛰어나고 전술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대표팀의 훈련을 보고 많이 배웠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두 감독의 말은 립 서비스일 수도 있습니다. 벨기에를 H조 최강이라고 꼽은 세계 축구 전문가들의 견해와는 달랐으니까요. 매츠 감독은 비장한 각오로 훈련에 임하는 태극전사들의 태도를 보고 한국축구에 후한 점수를 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이애미=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