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때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대화록)을 입수해 낭독했다는 의혹을 받은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대화록 내용을 누설한 같은 당 정문헌(48) 의원은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현철 부장검사)는 9일 정 의원을 제외하고 김 의원, 서상기(68) 의원, 권영세(55) 주중대사, 남재준(70) 전 국정원장, 한기범(59) 국정원 1차장 등 옛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이 고발한 인사들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의원이 공공기록물관리법상 업무처리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같은 처분을 내렸다. 이 법의 벌칙 규정에는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한 자’가 처벌 대상으로 돼 있다.

권 대사 역시 같은 이유로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2013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이었던 김 의원은 그해 12월 14일 부산 서면 유세에서 대화록 관련 내용을 낭독했다. 그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회담에서 “NLL(북방한계선) 문제는 국제법적인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정 의원의 경우 통일부 국정감사와 국회 본관 기자회견에서 대화록 내용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면책특권에 해당한다고 보고 일부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했다.

검찰은 정 의원이 청와대 통일비서관 시절 열람한 대화록 내용을 김 의원과 권영세 당시 새누리당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에게 누설하고 국회 밖에서 기자회견이나 인터뷰를 통해 언급한 혐의만 인정했다.

하지만 검찰은 정 의원이 김 의원 등에게 대화록 내용을 발설한 경위를 자세히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은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을 보고했고 보고받았는지는 특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2012년 10월8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노 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NLL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면서 이 내용이 담긴 ‘비공개 대화록’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해 6월20일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을 비롯한 정보위 소속 여당 의원들이 대화록 발췌본을 열람한 것에 대해서는 적법절차를 따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당일 기자회견은 비밀 누설이라기보다는 서상기 위원장이 소감 정도를 전한 것”이라며 “형식상으로는 비밀로 분류돼 있었지만 사실상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해 7월1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해 정치에 관여한 혐의로 고발된 남재준 전 원장과 국정원 대변인에 대해서도 “성명서 내용을 허위사실로 보기 어렵다”며 무혐의라고 봤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정회 부장검사)은 이날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소속 여직원을 감금한 혐의로 고발된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50)·이종걸(57)·문병호(55)·김현(49) 의원 등 4명을 각각 벌금 200만∼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우원식(57) 의원은 가담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단해 기소유예하고 유인태·조정식·진선미 의원은 무혐의 처분했다.

강 의원 등은 2012년 12월11일부터 13일까지 당시 민주통합당 관계자들과 함께 서울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 6층에 있는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집에 찾아가 김씨를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감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에게 폭력행위 등 처벌법상 공동감금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강기정 의원은 국정원 여직원과 가족의 출입을 봉쇄했고 문병호 의원 등도 출입봉쇄에 각각 일정한 역할을 담당한 것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