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음주에 무너진 한국농구 미래

[친절한 쿡기자] 음주에 무너진 한국농구 미래

기사승인 2014-06-10 09:15:55

“제2의 허재가 아닌 제1의 김민구가 되고 싶다.”

지난해 9월 2013년 KBL 신인선수 드래프트 현장에서 전주 KCC에 지명된 김민구(23)는 ‘살아있는 전설’ 허재 감독 앞에서 당돌한 포부를 밝혔습니다. 허 감독은 “자신감이 넘쳐 보기 좋다”고 화답했습니다. 2013년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에서 대학생으로서 유일하게 베스트5에 선정됐고, 프로데뷔 첫 해에 두자릿수 평균 득점(13.4점)과 함께 5.1리바운드, 4.6어시스트를 기록한 김민구입니다. 모두 “한국농구의 미래”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장밋빛 미래가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제 미래를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김민구는 지난 7일 오전 3시쯤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자신의 베라크루즈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신호등을 들이받았습니다. 상태가 안 좋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어쩌다 이런 일이”라며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음주상태(혈중알콜농도 0.060%)로 운전대를 잡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김민구는 오는 8월 30일부터 열리는 세계남자농구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에 소집됐습니다. 외박을 나가 국가대표라는 신분을 잊고 음주운전을 한 겁니다. 비난여론이 쏟아졌습니다. KCC 관계자는 “고관절 쪽이 특히 안 좋다. 의사 소견으로는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켜봐야 한다”며 “하지만 선수생명이 사실상 끝났다거나 위기라는 보도는 과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을 때 만취상태였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팀 회식을 할 때도 김민구가 취하도록 술을 마시는 건 본 적이 없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한창일 때 사생활 문제로 유니폼을 벗은 사례는 많습니다.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시절 잦은 음주 사고를 일으키다 2009년 은퇴한 정수근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후 방송해설가 등으로 활동했지만 선수로서 왕성한 시기에 그라운드를 떠나야 한 건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김민구는 지난 시즌 서울 SK 애런 헤인즈의 ‘고의 팔꿈치 반칙’ 파문의 피해자였습니다. 당시 헤인즈는 십자포화를 맞았습니다. 팬들의 김민구에 대한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KCC 관계자의 말처럼 비관적인 보도들이 잘못된 것이길 바랍니다. 그리고 농구팬으로서 김민구가 재기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다만 스타에게 실력이 ‘필수’라면 자기관리는 ‘생명’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