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델 파타 엘시시 신임 이집트 대통령의 취임식 날 수천명의 군중이 모인 타흐리르 광장에서 집단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 이집트 사회가 공분하고 있다. 유출된 영상에서 피해여대생은 수십명의 남성들에 의해 강제로 발가벗겨진 후 피를 흘리고 있다.
BBC와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들은 9일 “엘시시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린 8일 타흐리르 광장에서 열린 축제에서 남성들이 한 여대생의 옷을 벗기고 구타하는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인터넷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오른 2분 남짓한 영상을 보면 남성들은 여성이 입고 있던 검은 셔츠와 바지를 강제로 벗겼고 여성은 엉덩이 등에 큰 타박상을 입어 피를 흘리고 있다. 영상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 여성은 경찰에 의해 인근에 있던 응급차로 이송됐다. 해당 영상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집트 경찰은 8일 엘시시 대통령 취임 기념 축제에서 성폭력 및 희롱 관련 신고가 27건 접수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집트 여권단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2012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성폭행과 집단 성폭력 사건들이 250건 이상 발생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포괄적인 국가 전략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집트에서 성폭력은 고질적인 사회문제다. 특히 공공장소에서의 집단 성폭력이 반복되는 것은 이집트의 가부장적 문화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이집트 당국은 성추행범에게 6개월에서 5년까지 징역형을 내릴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여성에 대한 뿌리 깊은 차별 의식을 개선시키지 않는 한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엘시시 대통령은 국방부 관료였던 2011년 4월 “여성들을 성폭행으로부터 보호하고 군경이 성폭행범으로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처녀성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다만 대선 기간엔 “언론과 교육으로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여성을 존중하고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지난해 유엔 성평등기구가 이집트 여성단체들과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전체 여성 응답자의 99% 이상이 성추행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